안 부
윤진화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것, 꽃이 ‘지는’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옲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시를 읽으며 작가가 내 나이쯤 쓴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활기차면서도 성숙한 나이듦을 하는 사람의 표현인 것 같아 마음이 즐거워졌다. 나이듦이 시들은 게 아니라 어린이처럼 무럭무럭 크는 중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쏙 든다. 달이 지고, 꽃이 지고 그래야 해가 뜨고 열매가 맺히니 그래서 지는 것이 다음을 위한 배려임을 표현한 듯 하다.
요즘들어 아이들과도 전보다 내가 지는 것에 익숙한 듯 했는 데, 그게 잘 지는 것이었구나, 인생에 그런 과정이 나에게 온 것이구나 싶다. 아주 약간 나이들어 보니,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보니, 이제 아이들이 나보다 더 똑똑한 시기가 왔음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줄 부모로서의 모습은 자애로운 부모가 아닐까 싶었다.
나도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나이들어서 존경받는 그러면서도 친근한 부모가 되고 싶었다. 시를 섬기며 무럭무럭 잘 크는 어른이가 되고 싶다.
출처 :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 해도 > 나민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