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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한 Apr 29. 2023

1. 인간, 그리고 인공지능 친구

AI는 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예술은 사람들의 세계관을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특히 21세기에 와서 공상 과학 소설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장르라는 주장도 있다.”  by 유발 하라리     



 인간,  그리고 인공지능 친구

   :클라라와 태양 Klara and the Sun     

                        by 가즈오 이시구로 읽고 the Sun 읽고

   

1. 들어가기

오늘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인간의 과거와 경험, 인류문명과 역사에 대한 특유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발표하며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대표적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일본계 영국 작가로서 동양과 서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으로서의 독특한 정체성과 상실의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인간의 환상에 숨어 있는 심연을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2. 이야기하기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을 장착한 AF(Artficial Friend 인공지능 친구)와  인간 친구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로 보이고 영국이 아닌 미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클라라는 AF이다. 그녀는 여느 AF와 좀 다른 특별한 자질과 능력을 가진다. 태양을 향한 강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자기 나름의 교훈과 배움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매장의 창가에  전시되었던 클라라는 조시에게 선택받고 조시의 집으로 간다. 클라라는 조시가 매우 병약한 아이일 뿐 아니라 외로운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 크리시는 사회적 경제적 계급이 높은 여성으로 미래에 딸 조시가 자신과 같은 높은 계층을 유지하길 바랐다. 그래서 그녀는 조시가 향상된 인간이 되도록 과거에 유전자 조작 수술을 시킨 바 있었다. 그 결과 부작용으로 조시는 건강을 잃었다. 클라라는 아픈 조시에게 도움이 되고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로봇 친구와 인간친구의 우정이라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 이시구로는《클라라와 태양》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핵심적 주제 두 가지를 통해  AF와 인간의 우정이라는 관계 설정이 그리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생각하기     

1. 선한 마음: 태양이 주는 에너지와 클라라     

먼저 소설은 선이 존재한다고 보고 그것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유지시킨다고 본다. 작가 이시구로는 이미 2005년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되어 사육되는 클론들의 이야기를 다룬 SF 전작 《나를 보내지 마 Never let me go》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작품은 복제인간을 주제로 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작품이다. 생명 연장이라는 인간의 추악한 욕심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을 사용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하지만 《클라라와 태양》은  보편적 선, 선한 마음과 그것에 대한 강한 신념이 존재한다면 인간의 욕심에 의해 개발되었다 할지라도 인공지능 친구가 인간의 삶을 파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어쩌면 그것이 본래의 기능대로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소설은 우리 안에 있는 또는 세상에 존재하는 선한 마음에 대해 더 많은 희망적 믿음을 가지라 속삭인다.    

 

 “선(善)에 대한 더 많은 희망과 믿음이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결국  《클라라와 태양》은 희망, 그리고 세상에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즈오 이시구로(67)는 경향신문과의 2021년 4월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래서 AF 클라라가 병약하고 외로운 조시를 살리기 위해 태양에게 특별한 도움을 청하는 대목은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태양은 소설의 핵심적 메시지인 선을 구현하는데 중요 장치이다. 태양은 소설에서 두 가지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     


* 태양: 지구 생명체와 AF의 영양공급처이자 생명 에너지

     

A) 먼저 태양은 지구 생명체와 AF의 영양공급처이자 생명 에너지이다.  AF는 태양 에너지로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 에너지인 태양열을 일정 시간 충분히 흡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태양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인지적, 행동적 장애가 올 수도 있다.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충분한 태양 빛은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조율하며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태양은 생명이 있는 것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클라라 태양의 선한 의지를 목격하다.     

  사실 클라라는 조시의 집에 오기 전에 자신이 전시되었던 매장의 창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면밀히 관찰하고 학습하였다. 어느 날 그녀는 항상 맞은편 건물에서 자리를 잡고 구걸하던 거지와 그의 개가 여느 때와 달리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하루 종일 그들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양빛이 엄청나게 쏟아진 후 그들이 다시 살아나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된다. 클라라는 그 순간 태양이 거지와 개를 다시 살려냈다고 굳게 믿는다. 그녀는 태양이 생명을 구하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날의 인상적 경험을 근거로 클라라는 자신의 생존에도 태양이 중요하지만  친구 조시의 생명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진다. 그녀는 조시를 위해 태양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으며 태양의 선함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 태양은 신이 된다     

여기서부터 태양이라는 존재는  생명체들과 기계들의 생존을 위한 단순한 에너지 공급원의 역할을 넘어선다.  B) 태양은 신이 된다. 클라라는 거대한 생명에너지를 가진 태양을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대상으로 인식한다. 곧 클라라는 과거 죽어있던 거지와 개를 태양이 살려낸 것처럼 조시를 살려달라고 태양에게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조시의 방 창문에서 보았던 태양이 저녁이면 휴식을 취하는 언덕 너머에 있는 멕베인 씨의 헛간으로 간다. 태양이 헛간에 빛을 가득 채우는 순간 클라라는 태양에게 조시를 건강하게 해 달라 기도한다. 인간이 신에게 기원하고 소망하듯 클라라는 태양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간절히 기도하는 행위는 종교적 의식과 같다. 마침내 태양은 신이 되고 멕베인 헛간은 신전이 된 셈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F

사실 종교는 인간의 정신적 차원의 경험이자 영적 활동의 공간이다. '인간의 영적인 차원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클라라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클라라는 태양이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AF 클라라가 친구를 살리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 그것이 태양에게 투영된 것일지 모른다. 게다가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어 조시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까지 공감시키며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들도 순식간에 클라라의 종교적 기원에 힘을 모은 셈이다. 생물학 박사 최재천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다른 종과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 종교를 가지는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클라라의 종교적 행위는 매우 인간적이다. 이런 자질을 클라라 AF가 가지고 있다면 인간과 다른 점이 무언가? 클라라를 인간으로 보아도 좋은가?     


2. 클라라와 인간의 차이점: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쯤에서 우리는 작가 이시구로의 두 번째 핵심 질문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시구로는 소설을 통해 자신이 가진 고민을 독자에게 묻고 있다. A)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실,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클라라와 조시의 관계 설정이 혼란스럽다. 클라라는 단순히 인공지능을 장착한 청소기 같은 첨단 도구인가? 아니면 기계와 인간의 중간 어디쯤 위치한 존재인가?  또는 인간보다 더 인간과 같은 능력과 정서습득을 하는 AF를  인간과 동일시해야 하나?  독자는 독서 내내  3가지 시선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다. 독자는 AF라는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인간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를 먼저 탐색해야 한다.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이 있을까? 소설 속 조시의 아버지 폴은 인간에게 고유의 특성이 있다는 신념은 있지만 고유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그 신념에 대한 확신도 없다. 하지만 폴은 인간과 AI는 같지 않다고 여긴다. 그리고 조시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그녀의 클론을 제작하려는 카팔디는 영혼 같은 인간 고유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정서, 감정 그런 것들은 모두 학습될 수 있어 인간을 AI와 같은 기계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이시구로 자신도 인간을 특별하게 하는 고유의 것이 있다는 확신은 없는 듯하다. 

 

   "우리 인간은 우리의 특별함을 다소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할까? 수백 년 동안 우리는 각각의 인간이 보이지 않지만 아주 특별한 영혼과 같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장치’ 안에 어떤 영혼 같은 게 있다고요. (…) 우리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다른 감정들의 본질은 바뀌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제가 묻는 질문입니다. 정답은 없기 때문에 답변하고 싶지 않지만, 이 책 전체가 이 질문을 다루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인터뷰 중 이시구로의 말이다.



4. 나가기     

소설을 읽는 내내 다른 어떤 종들과 구분되는 특유의 것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지 나 또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유발하라리가 “자아를 규정하는 협소한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21세기에 필요한 생존 기술이 될 수 있다”말한 것처럼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이제 인간을 규정하는 좁고 편협한 틀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인간 특유의 특징이 없다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F를 인간처럼 보아야 하는 것인가? 논리적으론 그런 것 같지만 정서적으론 수용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AF는 인간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둘의 관계 설정은 AF에 대한 인간의 정서적 거리에 따라 달라 질지도 모른다. 인간이 그 대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랑하는 이들이 조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과 그녀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 그 이후 남겨질 슬픔과 외로움에 대한 공포는 조시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조시가 특별한 아이라서가 아니다.  그녀가 특별한 이유는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타인들의 존재 때문이다. 타인들이 조시의 특별함을 형성했듯이 인간이 AF를 어떻게 보느냐가 이 둘의 관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어쩌면 "우리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다른 감정들의 본질이 바뀌게 될"수 있을지 모른다.


     

* 참고 문헌

1. Klara and the Sun, by Kazuo Ishiguro(가즈오 이시구로), Faber &  Faber Limited, 2021.

2. 가즈오 이시구로 경향신문과의 2021년 4월 서면 인터뷰.

3.『21세기를 위한 21가지의 제언』, 유발 하라리 저, 전병근 역,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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