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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너 Jun 16. 2024

「팡세」 미분류 원고 5장

세상에는 수많은 진리가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제우스가 진리였을 것이고, 유대인들에게는 유대교가 진리일 것이며, 오늘날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교과서가 진리일 것이다. 사실 모두에게 진리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이야기는 드물다. 나름 정확하다고 알려진 역사서도 결국 역사가의 추측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동시대의 것이 아닌 모든 역사는 의심스럽다." 수많은 진리들 중 어느 것이 확고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모두가 진작에 그 진리를 믿어서 진리가 이 땅 위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진리와 허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모두가 각각 하나의 진리를 추종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위험하게 방황하고 있다. 그들의 잘못은 오류를 따르는 데 있지 않고, 다른 진리를 따르지 않는 데 있다."


파스칼은 이런 진리들 중 확고한 진리로 오직 하느님의 진리만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파스칼 자신도 이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다. 논리를 벗어나는 존재를 믿게 하기 위해 논리를 동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여기서 신의 존재나 삼위일체나 영혼의 불멸과 같은 성질의 것을 자연적인 논거로 증명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 안에서 완고한 불신자들을 설득할 것을 찾는 데 내가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이러한 지식은 무용하고 헛되기 때문이다."


다만 파스칼은 기독교가 휴머니즘의 일종으로서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다. 그 자체가 사람을 설득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신앙은 논리를 넘어 위대한 것이 된다. "기독교인의 신은 사랑과 위로의 신이다. 이 신은 자신이 사로잡은 사람들의 영혼과 마음을 충족시키는 신이다. 이 신은 내적으로 자신들의 비참과 신의 무한한 자비를 느끼게 하며, 그들의 영혼 깊은 곳에서 그들과 결합하고, 그 영혼을 겸손과 기쁨과 신뢰와 사랑으로 충족시켜 그 신 외에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이런 믿음을 긍정적으로 본다. 논리로 선보이는 지식은 사람들의 지지를 강요하지만, 휴머니즘에 의거한 설득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만든다. 더 좋은 세상을 갈망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드물 것이다. 사람들의 의지를 모을 수만 있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며, 그 도구로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기독교가 유용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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