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은 정신을 두 유형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기하학자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섬세한 유형'이다. 기하학자 유형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리들을 조합해서 논증한다. 섬세한 유형은 많은 원리를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파악한 몇 안 되는 원리에서 결론을 잘 끌어낸다.
어느 쪽이 좋은 정신인가? 장단이 뚜렷해서 단언할 수 없다. 기하학자는 원리들을 조합해서 필연적인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만, 세상의 사물들에서 그 원리를 알아본다는 보장이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그린 삐뚤빼뚤한 삼각형은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성질은 없을 것이다. 세상의 사물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정밀한 기하학 원리로 포섭하기에는 너무도 표준에서 틀어져있어서 기하학 원리로 포섭하기 어렵다. 섬세한 사람들은 이렇게 불규칙한 사물들도 나름의 원리로 포섭해서 탐구할 수 있다. 즉 사상의 자유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낸 탐구는 기하학 원리처럼 절대적일 수 없다. 한마디로 기하학자는 이상으로부터 진리를 발견하고, 섬세한 사람은 실물로부터 주관을 유도한다. "섬세함은 판단의 부분이고 기하학은 정신의 부분이다."
파스칼의 구분은 흥미롭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암기할 것이 많은 과목에는 적응하지 못하지만 몇 개의 공식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수학에는 강한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여러 기준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파스칼의 이런 구분은 지성의 유형을 구분한다는 점에서 특히 참신한 것 같다.
한편 이런 구분이 가능했던 것은 파스칼이 훌륭한 기하학자이자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갈라진 영역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성은 경계를 허물고 많은 것을 통찰하게 한다. "지성을 많이 가질수록 독창적인 사람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사람들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