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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Jul 13. 2024

유년시절의 추억. 32

생누에 먹어 본 사람 손들어 봐?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강림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까지 거기서 다녔다.


  생일이 4월이라 소띠들은 모두 취학 통지서가 나오고 호랑이띠들은 1.2.3월이 생일인 어린이만 취학 통지서가 나왔다.


  검정고무신을 두 개를 연결해 모래를 실어 나르는 놀이를 하던 길수, 인수, 창수, 재집이 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나 혼자 놀자니 심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중학생 형들은 1학년이 2, 3학년 선배들에게 충성! 거수 경례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고무신 놀이 친구 길수, 인수, 창수, 재집에게 중학생이 되면 충성!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왔다.


  엄마가 물었다.

  아들? 잠이 안 와? 무슨 고민 있어?

 예, 길수, 인수, 창수, 재집이랑 기차놀이 친구인데 중학생 되면 충성! 경례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입학해 동급생 하면 경례 안 해도 될 텐데라고 했다.

.

 엄마는 영원한 아들 편이었다. 아버지 건너뛰고 서당 훈장을 하신 할아버지께 엄마가 당신의 장손이 중학생이 되면 동네 친구들에게 거수경례하고 충성! 큰소리 내야 한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니 손자 늦었지만 입학시켜 달라고 했다.


  일이 되려다 보니 교장선생님이 할아버지 서당 제자였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학교에 가니 교장 선생님이 할아버지에게 90도 인사를 하시면서 훈장님이 웬일로 오셨냐? 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장손 친구가 죄다 1학년인데 내년에 장손이 입학하면 죽을 때까지 친구 후배로 충성! 해야 한다.


  2주 지났지만 입학받아달나고 했더니 교장 선생이 할아버지 서당공부 생각해서 입학을 받아주고 교무실에서 1학년 수업이 끝나자 1학년 선생님이 지난 2주 동안 배운 거 특별 과외 지도를 했다.


  1.2.3학년 열심히 공부해도 10등 밖에서 오르내렸다.

3학년 누에가 한창 자라는 시기에 외가에서 유일한 여고생이라 목에 깁스 한 막내이모가 왔다.


엄마가 우리 아들이 공부는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맨날 10등에서 20 사이인데 1등 만들면 누에 팔면 막내 이모 사달라는 거 다 사준다고 했다.


  국 산 사 자 배운 부분을 테스트하더니 그럼 되겠다고 하며 나를 집밖으로 데리고 갔다.


  문평이 너 공부 1등 하고 싶니?


  예.


  그럼, 이건 비밀인데,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무도 모르게 뽕으로 키우는 누에 살아있는 거 두 마리를 아무도 모르게 장독대에 가서 그릇에 깨끗한 물을 북두칠성 향해 놓고 절을 세 번 하고 누에를 먹고 나서 다시 세 번 절하면 다음 시험부터 1등 할 거야. 알았지?

예.

  그 시절 원주여고는 중학생 중에서 시험으로 선발되어 학생들이 1등부터 꼴찌까지 목에 깁스하고 다녔고 그 깁스 막내이모 말이니 비밀로 어른 네 분 모르게 누에 두 마리를 장독대에서 먹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기말시험에 늘 1등 하던 여자애와 공동 1등을 했다.


엄마는 누에고추 판 돈으로 막내이모에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모르게 기타를 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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