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시절 북한 노동당 황장엽 국제담당 비서가 귀순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역임했고, 김일성 수령론을 완성한 사람이 남한으로 귀순한 것은 엄청 큰 사건이었다.
국가정보원 안가에서 조사할 것을 다 마치고 정보학교 전략정보반과 국가정보대학원 북한과정으로 공부 중에 있는 학생장교들과 일 대 다의 비공식 토론을 했다. 다른 장교들은 다 귀순 잘하셨다고 칭찬 아부의 말을 했다.
다 그래에 따라가면 함 작가겠어요? 황장엽 눈물을 짜게 만들었다. 저는 ㅇㅇ부대 정보좌관 함문평입니다. 황 선생님은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인 조국의 통일을 위해 왔다고 하시는데 양심을 속이지 마시오.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 연세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아들 손자 손녀 다 있으면 아들 딸보다 더 사랑스런 손자, 손녀를 두고 탈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혹시 피치 못할 중죄를 저지르고 탈출했는지 남조선 국정원 공작에 걸려든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이에 한 말씀하시죠? 했더니 황장엽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데 나중에 크리넥스를 통으로 국정원 직원이 가져다주었다.
그 눈몰로 더 이상의 대화를 할 수 없었다. 황장엽 일행이 돌아가고 우리 학생장교와 지도교관만 있는 상태서 엄청 질타를 받았다. 어떻게 그런 모진 질문을 해서 토론회를 중단시키냐고?
제 앞에 질문한 답변에 들을 이야기 다 들었고 눈물로 봐서 양심의 가책, 후회, 그리움이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제 질문이 이렇게 공개 지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끝냈다.
황장엽이 북을 탈출하기 서너 달 전에 김정은에게 보고 사항이 있어갔는데, 김정일은 없고 책상 위에 김영삼 대통령과 장관들이 전주에 국무회의 회의록이 그대로 김정일 책상에 올려있어서 남조선에 고정간첩 5만 명이라고 증언했다고 한다.
황장엽 말에 의하면 김일성이 대남사업 부서에 1974년에 지시하기를 남조선에 공작금을 보내 정말로 머리 좋은 학생을 포섭해 공부를 시켜 남조선에 고등고시를 합격한 인재가 행정부, 사법부에 들어가 고위직이 되고 나중에 그들 중 몇 명이라도 선거에 이겨 당선된다면 남조선 행정, 사법, 입법을 북조선을 위해 복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장엽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말은 오늘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