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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인심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1

by 함문평

아주 어린 시절 강원도 촌구석에 국회의원 이우현이라고 달력 1년 열두 달을 한 장으로 만들어 집집마다 나누어주었다. 아버지가 비록 무면허지만 한약을 취급했고, 할아버지는 일본 강점기 시절 만주에서 아편사업을 했기에 촌에서 사는 주변 사람보다는 잘 살았다.

그때는 달력보급이 그 수준이라 그러려니 살았다. 세월이 흘러 요즘은 달력도 아이디어 상품, 나만의 달력을 만드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은행, 마을금고, 농협달력을 집안에 걸어놓으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거의 건진법사, 명태균 수준이 떠든 말이 시중에 퍼져 12월이면 은행달력 구하기 열풍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달력인심도 좋았는데, 금년은 달력 구하기가 대위서 소령진급하기보다 힘들다. 아침에 오늘 오후 6시에 총무를 맡고 있는 중학교 송년회가 있어 회비를 걷지만 혹시라도 추가비용, 공금 외 지출이 생길지 몰라 예비실탄을 출금하러 갔다. 아이고 은행이 문 열기 전인데 어르신들이 줄잡아 100여 명은 서있었다. 물어보니 오늘 하루만 달력 배부한다고 그 지점 통장을 부적처럼 들고 줄 서있었다.

학생시절 국정교과서에서 배운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떠올랐다.

마을금고 달력 있어 여유부리고 아침먹고 가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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