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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May 05. 2024

경비 백 씨 인생스토리. 14

멍텅구리에서 낮술을 하고 그달 말일에 아파트단지 경비에서 해지되었다. 요즘은 경비도 수습경비가 아니면 해고하기 어려운 서상이 되었지만 그때는 경비 목숨은 파리 목숨이었다.


그러니 아파트 경비는 아파트주민에게 무조건 폴더 인사를 했고, 조신시대 하인이 양반 대하듯 했다.


백 형은 개인 짐을 챙겨 아파트를 나왔다. 형은 이력서를 작성해 직업소개소에 제출했다.


2주 지나고 4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이 면접을 보자고 했다. 3명 경비 모집에 10명이 지원했다. 형은 면접에 떨어졌다.


멍텅구리에서 형을 만났다. 동태탕에 계란말이에 소주를 시켰다.


형, 이력서 수기로 써서 들고 다니지 말고 알바천국, 사람인에 내가 올려줄게. 백양화 이력서를 전자문서로 가독성이 좋게 만들었다.


사람인, 알바천국, 잡코리아, 교차로, 벼룩신문 등에 경비경력자 구직코너에 올렸다.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그린트리타워 빌딩관리회사에서 백 형에게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왔다. 건물경비는 처음이라고 했는데 아파트 경비 그 정도 경력이면 빌딩경비는 쉽다고 합격시켰다.


형, 축하해!

아파트 경비보다 빌딩경비가 부녀회장, 동대표 여러 명 눈치 안 보고 건물 출입인원과 화재 예방, 도난방지만 신경 쓰면 되니까 쉬울 거야라고 했다.


형은 함 씨가 소설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이력서도 얼마나 잘 썼으면 보지도 않고 면접을 오라고 하는지 신기하다고 구직사이트에 이력서 공개로 올린 것을 고맙다고 했다.


형 이력서를 보고 형이 정직하게 근무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채용된 거야. 늘 정직을 신조로 근무하기 바래.


그럼.


그렇게 백 형은 아파트경비만 하다가 테헤란로 그린트리타워 빌딩경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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