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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May 09. 2024

상견례. 2

가정법원 판사가 판결한 양육비 월 130만 원을 보내고 남은 돈으로 살자니 이건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었다. 군대서 특수훈련 중에 생존이라는 것이 있다. 1주일 동안 산에서 절대 민가로 내려와 주민의 도움 없이 산에서 산나물이나 식용열매, 잡을 수 있으면 뱀을 잡아먹거나 토끼나 고라니를 포획하여 나누어 먹고 버티는 것을 생존이라고 한다.


전쟁을 하다 보면 주변 전우가 다 사망하고 솔로로 남거나 두세 명이 남으면 포로로 잡히거나 투항하지 말고 그렇게 생존해서 귀환하라는 훈련이다.


정상적인 직장이 아니고 건설일용직 근로자를 하면서 월 130만 원은 힘들었다. 딸을 만나서 솔직하게 말했다. 양육비로 130을 보내면 아빠가 살 수가 없다. 내가 살아야 양육비를 보낼 수 있으니 꼭 130이 아니고 양심껏 많이 벌면 130 보내고 적게 벌면 70 또는 80 보낼 테니 이혼한 크산티페가 지랄하면 딸이 혼내주었으면 좋겠다. 좋게 말해 건설근로자지 막말로 막일 나가 일당 받아 그것도 매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규칙한 수입으로 아빠도 최소한 고시원은 살아야지 24시 불가마 인생은 아니잖냐고 말하라고 했다.

딸은 그렇게 한다고 했다. 다음 달부터는 80도 보내고 70도 보내니 일단 고시원비 32만 원은 안 밀리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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