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끼리코숙이 Jul 01. 2024

[로아가 태어났다]


어느 해 겨울, 딸 부잣집에 우렁찬 울음소리로 존재감을 뽐내는 로아가 태어났다.

하늘에선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살을 에는 추운 겨울이지만 눈이 오는 날은 날씨가 따뜻한 겨울이다.

날씨가 로아의 성격 같다.


로아가 태어날 그 시각 첫째, 둘째 언니는 펑펑 내리는 눈 때문에 신이 나서 동생이 태어나는지도 모르고 둘이서 눈 사람을 만들며 방방 뛰고 놀고 있다.

병원에 함께 가지 않은 할머니가 그들을 돌보고 있다.


산후조리를 마치고 로아를 안고 들어오는 엄마를 첫째와 둘째가 반기며 뛰어간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이 반가운 엄마다.

이제는 딸 셋의 엄마다.

언니들은 엄마 품에 안겨있는 자신들의 막냇동생이 귀여워 한참을 들여다본다.

‘엄마, 얘 눈이 엄청 까매~’

‘엄마, 얘 눈동자가 참 커~’

첫째 언니는 두 번째 동생맞이라고 제법 의젓하지만, 둘째 언니는 신기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한다.

막내 로아도 마치 이 두 언니들이 자신의 언니인 것을 아는 듯 빤히 번갈아 쳐다본다.


첫째와 둘째는 놀이의 공통관심사가 생겨 잘 어울려 논다.

막냇동생은 언니들과 함께 놀고 싶지만 몸이 맘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언니들이 뜀박질하며 빠르게 달리면 로아는 뒤뚱뛰뚱 최선을 다해 따라 뛰지만 역부족이다.

로아가 넘어진다. 하지만 로아는 울지 않고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나 언니들을 향해 다시 달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넘어지지 않고 아득바득 언니들을 따라붙는 로아다.


로아는 어린대도 마치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행동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엄마가 유리잔에 따라 준 물 한 잔도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

언니들이 유리잔을 집다가 떨어뜨려 깨지면서 물이 바닥에 쏟아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 후 어른들이 물 잔을 어떻게 다루는지 가만히 지켜보며 학습하는 로아다.  


로아는 조심스럽고 생각이 깊은 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