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친구들과 날아라 병아리(얄리의 악마송)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며 그 노래 자체를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2024년 다시 듣고 있는 날아라 병아리는 무해했던 나의 친구 병아리로 인해 죽음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 악마송이라고 음악을 거꾸로 들으며 벌벌 떨기만 했던 나의 중학교 시절이 그립기도 하며 우습기만 하다. 그 이후 라디오에서 그를 다시 만났고 모두가 그를 밤의 마왕이라고 불렀으며, 엄마가 자라고 했던 그 시간에도 몰래 라디오를 들었던 고스트 스테이션을 기억한다.
그때 들었던 것 중에 기억되는 말은 (10주기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왔지만)
아버지의 부도를 알게 된 딸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마왕은 “아버지, 가서 안아주세요.”라고 했다.
어릴 땐 그 정도만 하면 되는 것인가? 이 상황이 해결이 되는 건가?
그땐 아무 생각 안 하고 이야기를 흘려 들었다.
생각의 크기가 마냥 어렸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던 마왕을 따라 좋아하면서
이 사람을 왜 좋아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일찍 찾았고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 더 일찍 성숙했을까?
어릴 땐 방향성 하나 없이 지냈던 것 같다.
마흔 중반이 되어
신해철 마왕의 10주기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니
슬프고 그가 그립다. 우리를 이끌어 줄 수 있는 큰 어른, 등대를 일찍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나이를 먹고 아이를 낳고 세상 보는 그릇 크기가 좀 달라진 건지
다른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만든 음악을 순서대로 듣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이는 가사들 뿐이구나.
수년 전에도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추구해야 하는 행복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듯이 태어나면서 우리의 목적은 다 했다.
보너스인 나의 삶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떠한 말로 우리를 이끌어 줬을까.
그를 잃어서 슬픈 10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