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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콩이네 아빠 Dec 21. 2024

스르르 스르르~ 쿵!

아빠의 알람 시계 콩콩이

한 겨울 짙은 어둠이 가득한 아침이다. 주변이 고요하다. 마치 세상이 정지되어 있는 듯하다. 모든 소리와 빛이 사라져 있는 그때 갑자기 알람이 울린다. 


"띠리링 띠리링~"


그러나 알람은 금세 꺼지고 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공기는 차갑고 무겁다. 빛이 없어서인지, 고요해서 인지는 모르겠다. 공기가 무겁다는 것은 나의 온몸으로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스르르 스르르~" 


안방 밖에서 누군가 베개를 끌고 온다. 고요함 가운데서 유일한 소리다. 알람 소리는 잘 듣지 못했는데, 그 소리는 잘 들리는 듯하다. 


"쿵!"


베개와 함께 콩콩이가 몸을 침대에 던진다.  


'아.. 아침이구나'


나는 생각한다. 


'아~ 또 회사에 가야 하는구나.. 근데 지금 몇 시지..?' 


침대 옆에 있는 시계를 본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지났다. 그렇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콩콩아, 아빠 얼른 회사 가야 돼. 빵이랑 블루베리랑 우유 줄 테니까 먹고 있어! 아빠 늦으면 회사 가서 혼나는 거 알지? 아빠 다 씻으면 콩콩이도 씻는 거다."


콩콩이에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한다. 이전에 콩콩이는 아침에 내 말을 잘 따라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해를 하는 건지 적응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잘 따라준다. 이전에는 왜라고 계속 물어봤으나 모든 질문을 아빠가 회사에서 혼나니까로 통일했더니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아빠가 회사에서 혼나지 않기 위해 콩콩이는 아침만큼은 떼도 부리지 않고 아빠를 잘 도와준다. 


아침 7시 ~ 7시 30분 사이에 항상 일어나는 콩콩이는 나의 알람이다. 덕분에 회사에 지각해 본 적이 아직은 없다. 아빠의 연차를 지켜주는 기특한 꼬맹이다. 가끔 자고 있는 아빠의 얼굴을 때리거나 발로 차서 깨울 때는 빼고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자는 침대로 오는 콩콩이는 항상 자기의 베개를 들고 온다. 엄마 아빠와 같이 누워 있고 싶은 마음에 침대로 오는 거 같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는 모두가 잠든 새벽 더 자야 되는 시간에 찾아오면 콩콩이에게 자는데 방해되니 너 방 가서 자라고 다시 방으로 보낸다. 그게 아니면 일어나하는 시간이라 같이 누워있지 않고 얼른 준비하라고 재촉한다. 극한 일상 콩콩이의 일상이다. 그럼에도 계속 자신의 베개를 가지고 안방에 찾아오는 걸 보면 끈기가 대단한 건지, 침대가 탐나는 건지, 엄마 아빠랑 같이 누워있고 싶다는 집념이 강한 건지 모르겠다.  


콩콩이의 '스르르~ 스르르~ 쿵' 인기척은 엄마 아빠에 대한 사랑이고, 언젠가 콩콩이가 엄마 아빠 곁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루하루 정신없는 직장생활과 육아 반복 속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도 돌이켜보면 소중한 순간이 있다. 그 소중한 순간을 위해 나의 현재 모든 일상을 바치는 게 아까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소중한 순간이 있어 삶의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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