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China(X) Invented in China(O)
KBS에서 방영된 다큐 프로그램이 한국사회 전반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7월 10일 방영된 "KBS 다큐 인재전쟁"이 그것이다. 1부 "공대에 미친 중국", 2부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다소 도발적이고 선명성 있는 주제는 시청자들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평소 다큐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과학기술 육성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2부 프로그램을 2주에 걸쳐 연속하여 시청하였다.
1부 프로그램 '공대에 미친 중국'은 AI. 로봇 등 이공계 핵심인재양성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총체적이고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세계 패권국가로 급성장하는 중국의 과학기술 현주소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2부 프로그램 '의대에 미친 한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육성정책과 다르게 의대에 자신의 인생을 올인하는 한국의 교육현실과 이공계 핵심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현실을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심층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교육현실을 비교분석함으로 대한민국 현실과 미래를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유익한 방송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공포'와 '두려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설마. 중국의 과학기술이 정말 저 정도 수준이라고? 로봇들은 인간처럼 자유자재로 격투기를 벌인다, 중국 항저우대학 졸업생 1985년생 량원펑이 개발한 DeepSeek는 미국 OpenAI가 개발한 생성형 AI ChatGPT와 비교해도 기능적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개발비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압도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과학기술을 이토록 발전하고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공계 핵심인재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와 핵심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과학기술은 19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에 따라 이공계 대학중심 육성정책이 빛을 발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핵심인재들은 공대보다는 의대 선호현상을 보이며 이공계는 위축되기 시작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입학생의 상위권은 의대생들이 점유한 지 오래되었고, 의대를 진학하기 위한 재수, 삼수는 필수코스가 되었다.
국가의 지원도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여 연구성과를 창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과 연구기관이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발주한 사업과제에 공모하여 예산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러나, 예산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연구진이 연구과제를 위해 연구목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의 비중은 50%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연구비조차 연구진들은 지출항목별 영수증을 첨부하여 스테이플러로 찍어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 제출하여 예산통제를 받는다. 이공계 석사와 박사들이 학업과정을 유지하고 연구를 지속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제수주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열악한 연구환경 속 자신의 인생과 미래가 불명확한 이공계 핵심인재들은 미국과 중국의 러브콜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한 연구공간과 연구인력 제공, 자택, 학비, 연구비 지원 등의 제안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삼성과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원들이 애국심보다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 위해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사례들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학기술분야 불편한 현실이다.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회단체를 카르텔집단으로 지칭하고 과학기술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KAIST 졸업식에서 이를 항의하는 졸업생을 입틀막 하며 강제 퇴장시키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하였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후진적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공계에 핵심인재가 지원하고 이공계 핵심인재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와 미래성장산업에 종사할 수 있을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담당하는 부서에서도 반도체, 바이오, 첨단모빌리티, 수소, 양자 등 국가 미래성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에서 핵심인재를 자체 발굴하고 육성하는 다양한 인재양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학이 지역과 협력하고 자율적으로 연구하여 성과창출을 지원하는 사업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이 같은 노력에도 인재양성사업 중 일부학생들은 중도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공계 대학과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와 수요가 반영되지 못한 정책설계는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기업 사례와 중국 항저우 기술개발사례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대한민국 정책에 접목할 부분이 무엇인지 숲과 나무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금번 다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책의 방향을 재설계할 필요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큰 소임을 다했다고 보인다. 방송을 제작한 PD 3명이 전부 30대 젊은이들이란 점에서 방송이 전하는 메세지는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마당의 쓰레기를 태우다 발생한 불은 집안의 양동이로 진화가 가능하지만 산 전체를 태우는 산불은 전국 소방관서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서 체계적인 진화작전으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교육과 과학기술 상황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할 때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의 거친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관세협상에서 그 심각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초가삼간 타 태우기 전에 화재가 발생할 요인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대비하는 선견지명의 혜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스스로 과학기술 강국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이다
방송 중 중국 과학자의 인터뷰가 귓가에 때린다.
이제는 Made In China가 아니고 Invented In Ch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