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오류를 없애려 한다.>
다도는 오류를 품습니다.
찻물이 조금 넘쳐도 괜찮고, 향이 약해도 문제되지 않죠. 중요한 건 균형의 흐름입니다. 완벽한 형태보다는 전체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리듬이 더 중요한 것 입니다. 다도에는 ‘和敬淸寂(화경청적)’이라는 네 글자가 있습니다.
조화(和), 존경(敬), 청결(淸), 고요(寂)
이 네 가지가 어우러질 때 한 잔의 차가 완성된다고 하죠. 이건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인간이 관계와 세상을 다루는 알고리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화는 “나와 너의 중간”을 의미하고, 존경은 “상대를 향한 감각의 온도”를 말하며, 청결은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디자인”을 뜻하고, 고요는 “그 모든 것을 유지하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AI의 알고리즘은 최적화를 향한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
해당 내용은 AI가 최적화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알고리즘은 균형을 향합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태. 다도는 우리에게 그 균형의 감각을 가르치는 것 입니다. 완벽함은 순간의 정답일 수 있지만, 균형은 지속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그 안의 균형이 무너지면 시스템은 금세 과열되곤 합니다. 인간의 감정도 같습니다. 지나친 몰입은 번아웃으로, 지나친 냉정은 단절로 이어지곤 하죠. 그래서 진짜 기술은 완벽보다 조화롭게 불완전한 상태를 설계해야 합니다.
다도의 세계에서 ‘흠’은 결함이 아닙니다.
그건 인간의 흔적입니다. 도자기 잔의 미세한 금, 찻물의 흐름 자국, 그 모든 것이 차의 시간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그 불완전함이 바로 아름다움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AI가 완벽을 추구한다면, 인간의 기술은 균형을 추구해야 합니다. 균형이란, 서로 다른 요소들이 긴장 속에서 조화롭게 존재하는 상태이며, 그 긴장을 잃으면, 완벽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차 : “균형이 완벽보다 깊다.”
<추천 차 : 보이차(普洱茶, Pu-erh Tea – 중국 윈난성)>
보이차는 발효의 깊이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살아 있는 차’라고 표현합니다. 같은 잎이라도 숙성 기간, 저장 환경, 공기의 습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향을 내기 때문이죠. 즉, 정해진 정답이 없는 차, 완벽보다 균형을 추구하는 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만든 발효의 결과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불확실함이 오히려 풍미의 근원입니다. 다도의 정신이 “흠이 있어도 조화롭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면, 보이차는 그 철학의 구현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장시간에 걸쳐 마셔야 진가가 드러나기에, ‘지속 가능한 균형의 미학’을 가장 잘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