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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모먼트-데이터를 넘어 감정으로

by dionysos

<감정은 교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버드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홀은 말했습니다. “진짜 대화는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존재의 교환이다.” 우리가 차를 마실 때의 대화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차를 나누는 시간에는 목적도, 결론도, KPI도 없습니다. 그건 단지 함께 있음의 확인이죠.


말을 나누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기술은 이 순간을 흉내 내려 하곤 합니다. 화면 너머에서, 알고리즘이 감정을 분석하고, AI가 “공감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문장은 온도를 가지지 않습니다. 문자열은 정확하지만, 체온은 0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은 계산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건 같은 시간과 온도 안에 머무는 감각입니다.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상대의 속도에 나를 맞추는 일이기도 하죠. 상대가 말을 멈추면 나도 멈추고, 눈빛이 흔들리면 함께 흔들립니다. 이건 반응이 아니라 공진(共振)입니다. 기술이 감정을 모방할 수는 있어도, 이 공진의 순간을 재현할 수는 없습니더. 그건 데이터가 아니라, 존재가 서로를 인식하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AI는 ‘이해했다’고 말하지만, 인간은 ‘함께 있다’고 느낍니다. 그 차이가 바로 인간다움의 온도입니다.



<휴먼 모먼트란, 세상과 나의 속도가 일치하는 짧은 찰나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가장 인간적으로 존재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진화해도 그 한 모금의 고요함, 그 짧은 눈빛의 교환만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회복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에서 시작되고, 그 존재의 체온이 우리의 감정을 다시 데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다음 혁신은 공감 알고리즘이 아니라, 존재의 인터페이스여야 합니다.


오늘의 차 : “공감은 계산이 아니라, 머묾이다.”



<추천 차 : 자스민차(Jasmine Green Tea – 중국 복건성)>


자스민차는 향이 강하지 않지만, 옆 사람에게도 은은히 퍼지는 차 입니다. 이는 공유된 온도와 감정의 비유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차를 마시는 사람과 그 향을 맡는 사람 모두가 같은 공간 안에서 향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즉, “존재의 교환”을 구현한다고 볼 수 있죠.


자스민차는 감정의 대화에 어울리는 차로, 대화의 속도를 늦추고 감각을 부드럽게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향의 강약이 매번 다르게 느껴지기에, “같은 상황에서도 감정의 농도는 달라진다”는 인간의 복잡성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공감은 계산이 아니라 머묾이다”라는 문장에 가장 어울리는 차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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