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엔 뒹굴거리며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는 게 국롤인 지라.
은중과 상연...
초등학교 때 만난 아이들이 40대가 될 때까지의 서사가 긴 호흡으로 펼쳐졌다.
시간순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야기가 다소 길었다는 느낌적 느낌.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그리고 촬영 현장의 디테일 같은) 여성 서사라는 게 반가웠지만, 두 아이가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든지(김상학이 된 그 배우는 손명오의 양아치 이미지를 벗는데 백퍼 성공했다), 평생 경쟁 상대였다는 설정 같은 건 좀 진부했단 느낌.
물론 그 둘을 계속 따라다녔던 미묘한 콤플렉스 같은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나야말로 결이 다른 다양한 콤플렉스를 모두 껴안고 살아온 사람이니 은중이와 상연이 사이의 그 감정을 모를 리 없다.
은중이는 어디서든 상연이 있으면 자신이 아주 평범해진다는 걸 느꼈다. 그런 감정 없이 쿨하게 ‘제랑 나는 다른 사람이다’라고 여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이 어디 그런가. 가까운 인간에게 그런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게 미안하고 부끄러워 숨기고 싶지만, 그럴수록 그런 쪼다 같은 감정은 더 깊게 가슴을 파고들기 마련이다. 반면 상연은 주변인들이 다정하고 정의로운? 은중이를 좋아한다는 데 은근한 열등감을 느낀다. 제는 사람들에 둘러 쌓여 있지만 난 늘 외톨이라는 그런 기분? 드라마는 이런 섬세한 감정에 특히 집중했고,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물론 두 배우(김고은, 박지현)의 연기가 훌륭했던 것이 큰 역할을 했고.
이리저리 지지고 볶다 끝났던 둘의 관계는 20년이 지나 갑자기 다시 이어지게 된다.
휴....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캔디 같은 은중이에게 상연이는 꼭 만나지 않았어도 좋을 인연이었다.
하지만 캔디 같은 아이들에겐 언제나 이런 무거운 과업이 주어지는 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같이 보인다.
상연이의 조력사를 위해 스위스로 날아가야 하는 은중.
은중이 밖에 없었지만, 이런 부탁까지를 하는 상연이 많이 이기적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
어쨌든 캔디 같은 은중이는 상연이의 마지막까지를 함께 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아야 했다.
영화 『Me before you』를 보았을 때도 윌의 선택에 공감했던 것처럼, 상연의 선택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피하고 싶은 어려운 이슈지만, 모태 신앙인 나 같은 사람에겐 더더욱 용납되지 않는 이야기여야 하지만, 난 이 이슈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기만 할 때, 아직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을 때, 내 생명의 존엄을 지키길 간절히 희망할 때, 이런 방법도 열려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 같은.
어쨌든...
밸브를 여는 상연 옆에서 “수고했어”를 연발하던 은중이는 다시 돌아와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루이자가 노란 줄무늬 스타킹을 신고 파리 거리를 씩씩하게 걸었던 것처럼, 은중이 또한 은중이 답게. 캔디같이.
휴.... 긴 연휴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