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ine Jun 02. 2023

제가 틀린 걸까요? 를 외치는 외로운 현대인에게

'내가 맡은 역할'과 '나'를 구분하자.

우리는 여러 자아로 살아가고 있다.


이게 무슨23 아이덴티티》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사실은 너무나 평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잘 생각해 보자. 누구와 만나는지에 따라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부모님께는 무뚝뚝한 불효자이면서도 연인에게는 세상 다정한 사랑꾼일 수 있고, 그러면서도 회사에서는 영혼을 반쯤 빼낸 무기력의 화신 그 자체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다른 모습으로 행동할 때에, 우리는 어느 한쪽의 모습이 맞다/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각각의 관계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인간관계는 항상 쌍방의 일이고,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니까.


그러나 우리가 시간에 부쳐 혹은 체력에 부쳐 이 중 여러 역할을 포기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일이 너무 바빠 부모님을 한참 못 봤다고 하자. 연인은 헤어진 지 오래, 친구도 몇 년째 만나지 못했다. 그럼 당신에게는 ‘회사 자아’만 남아 있는 상태가 된다. 이 상황에서 모종의 이유로 ‘회사 자아’가 비판당하게 되면, 당신은 당신이라는 인간 자체를 비판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균형 있는 자아 구성의 중요성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자.

우리에게 시간과 체력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에게는 맺을 수 있는 관계의 총량이 있다. 물론 사람마다 그 양이 크게 차이 나겠지만

이 가정을 두고 당신을 100%라고 했을 때에, 총 5개의 균형 있는 자아(서로 다른 관계)가 균형 있게 당신을 구성한다고 하면 각각이 20% 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중 하나의 관계에서 하나의 자아가 비난당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20%에 대해 비난받는다고 느낀다. 나머지 80%는 양호한 상태이니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관계의 균형이 깨져 하나의 자아가 당신의 90%를 구성한다고 해보자. 나머지 자아는 모두 합쳐도 10% 남짓이다. 이 상황에서 만약 그 지배적인 자아가 비난받게 된다면, 당신은 스스로의 90%가 비난받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은 지난날의 내가 그러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기에 더더욱 회사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2년 동안 친구 한 명 만나지 못했다. 부모님도 6개월에 한 번씩 짧게 보고, 오직 회사에서만 길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회사에서의 내 자아가 비판받는 상황이 오자, 다른 자아들이 너무나 작아져 있던 나는 내 인생 자체가 비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은 회사인데(=내 자아의 전부인데),
이렇게 되면.. 나한테는 뭐가 남지?

이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힘들게 일은 해야 했다. 몸이 힘드니 마음은 더욱 힘들어졌다. 주말만 되면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있어도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멍하니 멍하니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뿌리가 한 줄기인 나무는 너무나 쉽게 흔들렸다.


하지만 회사 자아를 나 자신과 분리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극복했다.

그리고 나의 뿌리를 여러 군데에 심기로 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기도 하고 '저런 사람'이기도 하다. 어느 곳에서는 남들이 무서워하는 차가운 사람이 되더라도 다른 어느 곳에서는 아주 예쁨 받는 말랑말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여러 갈래의 뿌리를 내리면 좋겠다. 한쪽이 흔들리더라도 다른 쪽에서 잡아줄 수 있도록. 사람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세상사 굉장히 흔한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욕을 먹어야 했던 것은, 당신이 틀린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제가 틀린 걸까요?"를 외치기 전에, '당신의 역할(자아)'과 '당신 스스로'를 구분하시라. 그리고 부족하디 부족한 어느 사회인이더라도, 다른 어딘가에서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부디 행복을 잊지 마세요 :)

작가의 이전글 어린 C-레벨의 슬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