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엔 샴페인 Oct 20. 2023

게으름에 폭망하거나 성실함에 자폭하거나

 게으름에 폭망하거나 성실함에 자폭하거나 둘 중 하나다. 

문제는 ‘밸런스’ 와의 타협점이 문제다. 자신에게 관대하면 조금 느슨하게 풀어줘도 되지만, 깐깐하게 굴기 시작하면 그거야 말로 한도 끝도 없이 스스로를 고문하게 된다. 완벽주의는 언제나 피곤하다. 남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 둘째치고, 자신을 학대하는 색다른 취미가 되기도 한다. 

 하루에 정해진 양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고, 저탄고지의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실천하느라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종일을 먹는 생각으로 보내기도 한다. 할당량의 일은 제 시간까지 목숨걸고 마무리 짓는 빈틈없는 일과 속에 조금씩 지쳐가는 에고(ego)의 몸부림이 느껴지는가 모르겠다. 

 언제나 현실적 이게도 중심잡는 에고를 위해 나의 이드(id)는 사서 고생을 한다. 무의식의 외침속에 에고와 수퍼에고(super ego) 사이를 넘나들다 결국 처절히 승복하며 그나마라도 사회 생활 과의 알맞은 공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감사한일이다. 나를 살리고 먹이느라 똥줄타게 바쁜 내면의 자아들에게 엎드려 절해야 마땅하다. 그들이 각자 내 안에서 갈등하고 협력하여 생존각을 바짝 드높이니 나는 그대로 따라기만 하면 된다. 껍데기 뿐인 육신의 노예가 되기엔 메타 싸이컬러지컬하게 심기일전할 필요가 언제나 요구되는 인간의 일상이 피곤할 따름이다.

 완전해지고 싶다고 노력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보기에는 상당히 거북스럽다. 적당히 게으른 사람들의 눈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부지런하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탄의 대상에선 왠만하면 열외된다. 게으르면 괜한 욕도 사서 먹게 되는 불상사도 빈번하게 겪는다. 게으름과 평범함의 상관관계는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기 애매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사실 부지런하게 완벽주의를 표방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평범한걸수도 있고, 물론 아닐수도 있다. 평범하거나 완벽하거나 둘다 아니거나, 어쨌든 사회적인 존재임을 자각하며, 함께 섞여 일하는 우리는 눈치껏 역량껏, 내려놓을 건 쉽게 내려놓을줄도 알아야 현명하고 또 봐줄만 하다. 

 안되는 거 낑낑거리고 끌고가 봐야 누구에게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물론 능력자들은 수월한 일일테지만, 능력자가 되기까지 역시 그들에게도 쉽지않은 자신과의 싸움은 해내야 하는 필연의 바윗덩이다. 평범함을 고수하는 평범 유지어터들에겐 알 수 없는 무게임이 분명하다.

 이들과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그로 인한 얄궂은 세상, 잔인한 평가, 편파적 시선, 야박한 결과들로 인해 가중되는 스트레스는 결국 올곧이 나를 향해 돌진한다. 성실함도 미련 곰탱이를 방불케하면 그건 성실이 아니라 똥고집이요, 무모한 승부욕의 다름아니다. 차라리 그럴땐 게으름을 표방해서 핑계댈 무언가라도 찾는게 낫다. 

 가끔 사람은 얍실하기도 하고, 정직하지 말아야 할 때가 분명 있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주변사람들을 위해서도 자처해서 자신의 철두철미한 신념들을 조금은 망가뜨려도 무엇이 대수인가. 그것들이 스스로 휘두른 칼자루에 살짝 스친다고 해서 자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 물론 자주 정당화 시키려는 변명거리가 많아지면 그건 그냥 그런 사람일 수밖에 없었던 거 였을거다. 제대로 된 사람은 아무리 적당주의로 일관한들, 세상은 그를 향해 믿음을 저버리진 않는다. 게다 언제나 꼼꼼하고 완전하려 애쓰는 사람들의 영 성에차지 않은 결과물은 최선을 다했노라 만족하는 게으른 자들의 그것보다 훨씬 훌륭하다. 

 이들의 중간지점에서 어정쩡한 포지션이 가장 속 편한 것 같다. 편한 사람들의 부드거운 마음가짐은 나쁜 결과를 도출시키지 않는다. 언제나 쫓기는 듯 달려가는 데드라인은 결국 우리의 목을 죄고야 말 것이다. 

 너무 달려도, 너두 제자리만 고수해도, 우린 사실 크게 발전할 어떤 미래를 보장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부족한 자신을 기만하거나 우습게 여기지 않으며, 언제나 열심히 뛰려하는 우리의 뒷모습은 마냥 희망적이지는 않다. 리비도를 조절해 나가며 나의 성장을 지지해야 한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한입 베어무는 사과의 새콤함에도 턱 끝이 살짝 에리며, 문득 정신이 든다. 역시 조금은 휴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쉬어라...쉬자...우리 다 쉬어가자...좀..평범해도 괜찮다. 옘병, 평범도 아무나 못한다!

작가의 이전글 차단 하다, 차단 당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