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5일 만 24개월
스케치 연습을 최근에 다시 시작했다. 내가 만든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약 10년 전 미대 다닐 때도 누드나 행인들을 그리곤 했었는데 지속적으로 연습하지는 않았었다. 졸업하고 나서는 그림을 놓다시피 해 몇 년을 허송세월 보낸 스스로가 한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혐오에 빠져 더 많은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
일단 시작은 그림으로 꼭 담고 싶었던 룰루로 정했다. 몇 초마다 움직이니 윤곽을 잡는 것조차 어렵지만 같은 포즈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디테일을 조금씩 잡아보기도 한다.
오늘의 경우, 룰루가 전차를 구경하고 싶어 해 나는 정류장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여 분 동안 그렸을까. 얼굴을 같은 각도에서 보기 위해 룰루에게 다가갔더니 장난기가 발동해 오히려 고개를 더 움직여댄다. 그렇게 그려낸 그림은 아직 어색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꽤 마음에 든다. 그도 그럴게 사진이 아닌 룰루의 얼굴을 그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고 있는 걸 제외하면 그렇다.)
웃거나 우는 그 순간 순간의 표정도 언젠가는 그림에 담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해서 내 그림들이 더 자연스럽고 풍부해졌으면.. 그래서 10년 후에는 잘 살아왔다고, 후회 없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