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인데도 바람이 불면 선선한데 노란 민들레 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걸 보면 분명 봄은 봄이다.
내가 민들레 씨앗을 좋아하다 보니 올해 처음 발견했을 때 룰루에게 호호 부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달리 보는 둥 마는 둥 그냥 제 갈 길 가는 룰루였는데 몇 주 전부터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도 나름 호호 분다고 비슷한 시늉은 한다. 근데 입은 소리만 내고 있고 민들레 씨앗은 손으로 한 움큼 한 움큼 거침없이 뽑아 털어버리는 식이다. 뭔가 고장난 듯한 서툰 룰루의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고 귀여운지!
지난 며칠은 시댁에 머물렀는데 그곳은 온 사방이 풀이다 보니 민들레를 포함해 여러 들꽃이 풀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룰루는 욕심이 났나 보다. 보이는 솜털마다 전부 꺾어달라고 자꾸 재촉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민들레 씨앗 한 다발. 룰루는 그 다발을 손에 꼭 쥐고서 한동안 그렇게 걸어 다녔다.
요즘은 뭐든지 그렇게 꼭 쥐고 있다. 아주 소중한 보물인 마냥, 심지어 미끄럼틀을 타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할 때는 불편할 텐데도 그걸 놓지 않고 꽉 쥐고 있다. 달라고 해도 주지를 않는다. 근데 그러다가도 새로운 걸 발견하면 쥐고 있던 걸 나에게 건네주고 쿨하게 잊어버린다는 것.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