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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트랑책이랑 Jul 28. 2023

[영화 리뷰] 나의 작은 시인에게

옳음과 그름, 그 경계 짓기에 대한 물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시인이 된다. 

사랑에 빠졌을 때, 혹은 사소하더라도 울림이 큰 소박한 진리를 문득 깨달았을 때, 그리고 삶의 쓴맛을 보았을 때 우리는 종종 시를 짓곤 한다, 적어도 마음 속에서.


주부이자 유치원 교사로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가슴 한 켠의 공허를 안고, 평생교육원에서 시작 강의를 들으며 시를 짓는 중년 여성, 리사. 흡족하게 멋진 시를 짓지 못하지만 언제나 멋진 시를 꿈꾸던 리사가 결국 한 아이의 시재에 매료되어 집착하다가 결국 아동 납치범이 되고 마는 충격적 결말의 이 영화를 보면서, 리사의 심리적 공허와 위태로움, 자신의 공허를 울려오는 지미의 시에 흥분하는 리사의 표정을  안타깝게 바라보게 되고, 자꾸만 리사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있었다.

포스터 속 말처럼, 정말 시를 훔치려는 걸까? 자신에게 없는 천재적 재능을 발견하고 살리에르와는 다르게 창작의 욕구를 지미의 시로써 대리 충족하려는 걸까? 아내,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삶조차 버리고 지미와 국경을 넘고 싶을 만큼 지미의 재능을 지켜내기에 현실이 위태롭다고 느꼈을까? 


리사는. 

지미의 시를 사랑했지만, 지미의 시적 재능을 탐하지는 않았다. 리사는 시를 사랑했고 더욱이 리사가 교사였던 만큼, 교사로서의 소명처럼 지미의 탁월한 장점, 시적 재능을 꽃피워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리사는 지미의 재능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행여 아까운 재능이 그 재능을 알아봐 주지 못하는 무딘 어른들 속에서, 또 더 이상 시를 노래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지도 못한 채 사라져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지미를 훔쳤다. 


지미는. 

하늘이 주신 시작 재능을 지닌 꼬마 시인이다. 모차르트가 그러했듯이, 노력으로 멋진 결과물을 일궈냈다기보다는 영감이면 충분하였다. 아직 자신이 지닌 재능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재능을 알아봐주는 이의 가치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 리사의 말처럼, 그러다 어쩌면 그 아름다운 재능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말지도 모른다.

마지막 대사. "시가 떠올랐다구요." 더 이상 그 시를 받아적고, 그 아름다움에 경외감을 표하는 리사는 없다. 앞으로 지미의 시는 그렇게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마치 아예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것처럼.


지미는 아마도, 아이가 납치되었을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운 대로 행동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지미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지미를 경찰차에 태운다. 그 경찰의 눈에, 지미는 아이스크림을 분명 좋아하는 어린 유치원생일 뿐이고 리사는 아동 납치범일 뿐이다. 이는 지극히 옳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다. 딱 그만큼 리사의 행동은 그르다. 지극히 비이성적이고 당연히 객관적 시선으로 볼 때 누구에게도 범죄행위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다만, 그래도 다만, 더 생각해 보고 싶다. 단순히 이 이야기를 '객관'이라고 하는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잠시만 리사가 되어 지극히 리사의 입장에서 리사의 주관적인 눈으로 봐 보고 싶다. 그러니까 옳고 그름의 문제를 잠시 접어 놓고 보자는 말이다.

'시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런 아름다운 시를, 마치 신의 목소리를 받아 읊는 것처럼 짓는 이 아이의 천재적 재능이 어쩌면 주변의 무지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을 지킬 수만 있다면.' 

아마도 그런 절박함이 리사의 집착과, 리사의 비이성적 행동의 모든 동기였을 것이다. 

객관.

객관적 시선이라는 것은 세상의 일을 단정할 때 종종 무지막지한 몰이해를 낳기도 한다. 그래서 객관만으로는 옳고 그름을 떠난, 본질이나 절대적 가치를 들여다보기에 충분하지 않다. 또 설령, 세상의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꼭 따져야만 한다고 하면 대신 우리는 그 순간 아름다움을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어쩌면 아름다움과 옳고 그름은 각기 다른 행성 위의 두 돌멩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지미가 마지막에 떠올린 시가.

나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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