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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트랑책이랑 May 04. 2024

[영화 리뷰] 킹콩

내면의 울림을 공유할 때 우리는 사랑을 느낍니다.

우연히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이라는 책을 보았다. 책을 읽기에는 집중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 책이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빠른 속도로 사진과 그림, 소제목 등을 보며 책장을 넘겼다. 그러다 그림 하나가 눈을 사로잡았다. 제목은 <킹콩>. 그래, 이 장면, 하고 눈을 뗄 수 없었다. 킹콩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매달린 채 총알 세례를 받으며 눈을 감고 있고 떨어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그 아래로 괴로워하는 앤 대로우의 모습이 보인다.

<킹콩> 영화에서 앤과 킹콩이 주고받던 눈빛을 늘 숨 죽여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그때마다 킹콩의 눈빛은 무언가 꼭 전해야 할 마음을 말하려 하거나 때로는 침묵해야 할 순간을 이해한 듯했다. 킹콩은 자신이 최강자이던 세계에서 앤을 구해내기 위한 잔인한 싸움을 마친 뒤에 절벽 위에 앉아 고요 속에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볼 줄 알았고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마음을 앤은 공유했다. 다른 세계 속에 갇혀 하나의 포획된 짐승에 불과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래서 한없이 미약한 존재에 불과할 때에도 다시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킹콩은 위엄을 잃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해 가슴을 두드려 보였고 앤은 그 앞에서 '노~'를 외치며 울부짖는다. 그리고 비겁하게도 등에다 마지막 총알을 쏟아부은 비행기들이 지나간 뒤 쓰러진 킹콩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에 엎드린 채 마지막으로 앤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는 듯 또 그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힘없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주었던 사랑 영화, <킹콩>. 사랑한다면 킹콩처럼. ^^


마지막 장면에서 떨어진 킹콩의 사진을 찍어대던 기자들이 말한다.

'왜 저기에 올라가서 죽음을 자초했지? 자신의 운명을 알았나?'

'짐승이 무슨 생각이 있어?'

한 존재의 역사를 모르면 우리는 이렇게 무지하고 잔인할 수 있다.

그 둘에게 높은 곳은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그들이 그 숲에서 그 둘만이 공유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킹콩은 그곳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숲에서 앤이 공룡을 비롯한 여러 포식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을 때 자신이 죽을 힘을 다해 싸워서 앤을 보호했고 그래서 마음을 열게 된 앤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던 곳과 같이, 그렇게 고요하고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 감독 데넘이 말한다.

'총을 맞아 죽은 게 아니에요. 사랑 때문에 죽은 거지.'

역사를 알면 우리는 사랑을 이해할 수 있다.


제목 배경 사진 출처:https://projectedfigures.com/2024/01/01/king-kong-2005/


부족하지만 내가 꼽은 장면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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