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랑 Dec 31. 2023

한 해를 보내며...

  벌써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작년 이맘때를 기억한다. 인생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까 봐 어찌할 바를 몰랐던 때를. 왜 나는 이렇게 나약해서 남들 다 멀쩡하게 일하는데 아플까 스스로 원망하던 시간들도 생생하다. 일 년간 쉬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래서 많이 울기도 했다. 그 때의 고민이 무색하리만큼 올 한 해는 꽤나 잘 살아낸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일들을 뽑아 보았다.


 첫 번째는 갭이어를 가진 것이다. 휴직은 아파서 하게 된 것이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 소중한 시간을 갭이어로 사용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 보는 시간 었다. 항상 좋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떤 날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고 내게 맞는 옷을 찾아가려 했던 여정이, 삶을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해 줄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파리를 선택한 것이다. 항상 마음속에만 품어왔던 도시에서 꿈같은 삼 개월을 보냈다. 조금만 걸어도 아름다운 풍광이 끊임없이 나오는 도시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나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한국에서 살면서 별종처럼 보였던 내가 그곳에서는 그냥 흥미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는 경험도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날에는 집 밖으로 무작정 나와서 도시를 끝에서 끝까지 걸었다. 파리를 몸으로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세 번째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 속에서 바래져 버리는 기억과 생각들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1년이 52주이므로 52개의 글을 남기고 싶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이 글로 지키게 되었음이 뿌듯하다. 글을 쓰는 것은 노고가 드는 일이지만, 쓰면서 위로받을 때가 많았다. 글을 쓰다 보면 나쁜 결론으로 끝맺음을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운이 좋게도 내가 쓴 글이 알고리즘에 노출되어 크게 조회수가 높아지기도 하고, 에디터가 선정한 책에도 오르기도 했다. 아주 가끔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나를 몰랐을 분들의 따뜻한 댓글을 받을 때면, 글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엇을 해도 후회가 남았을 일 년이었지만, 이 정도면 잘 보낸 것이 아닐까.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 정도면 잘 살지 않았냐고 자찬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