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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은 Jan 01. 2024

어른이 되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수능이 끝난 친구들은 술을 마신다고 열심히 놀러 가는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나는 큰 감흥이 없다. 미용실에 가서 열심히 염색을 하고, 옷을 사고, 운전면허를 딴다느니 뭐라느니. 반쯤 이방인인 나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겉으로나 속으로나 달라진 것이 없이 잔잔히 겨울의 한국을 구경 중이다. 

    다만 앞으로 브런치에서 존댓말로 글 쓰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고(반말로 작성한 내 글들이 마음에 들어 전부 수정하는 중에 있다), 은행 통장을 내 이름으로 새로 열었으며, 몇 달 전에 나온 민증이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달라지게 되었다. 

    아직 입시 중인 나는 오늘도 근처 대학교 앞의 스타벅스를 찾았다. 이상하게 다른 날들보다 사람들이 붐비는 느낌이다. 새 해의 첫 시작을 이곳에서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혹은 자신들만의 작업을 하며 한결같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후자의 고독한 개인들 중 하나이다. 마주 보는 기다린 바 테이블(bar table)에 앉은 모두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자니 오늘이 새해 첫날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새해 첫날이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은 아닐까?

    이전 글들에도 적은 적이 있는 생각이지만, 굳이 사람들이 만든 나이, 새해와 같은 시간의 기준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한 달 전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쓰던 나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같은 나이니까.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즐겁고, 스펙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늘 찾고 있으며, 입학 신청을 한 대학교들의 이메일 하나에 일희일비한다. 

    어른이 될 기회는 모두에게 1월 1일에 찾아오지 않는다. 각자 다른 순간들에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끼는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서 더욱 능숙하게 가방에서 노트북을 빼냈다가 넣고, 무거운 22kg짜리 가방을 온 힘을 다해 정해진 자리에 던져 넣으며 자립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나만의 입시를 몇 달째 버티며 세상의 부조리와 아쉬움을 배웠다. 

    곧 어른스럽게 혼자 한국을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말레이시아에서 보낼 마지막 몇 달들이 코앞이다. 1월 1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주어지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의연히 대처할 때이다. 무엇도 바뀌지 않지만 나 자신만은 끊임없이 바뀔 수 있기를 신년 첫날의 소원으로 빌어본다. 


   이야기의 가치를 아는 당신께서 제 이야기에 공감하여 누르는 구독과 라이킷은 현재 말레이시아 유학 중인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제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로우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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