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야 한다', '선택과 집중하라', 어른들로부터 어릴 적 자주 들었던 말들이다. 말뜻은 곧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 하나에만 집중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현대에 들어맞는 인재상인지 의문이 들어 고찰의 의미를 담은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유학을 와서 배운 가장 큰 사실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들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다양한 노력을 한다.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최근 한국에서 유행했던 '부업', 혹은 '캐릭터'도 같은 맥락에서 스스로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전시킨 사례이다. 내 가장 가까운 친구들만 보아도 그렇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유창하게 하며 과거 수영선수였던 일본인 친구는 의대에 진학하고 싶어 한다.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러시아인 친구 또한 다양한 언어를 알고, 프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려 한다. 이들의 '다양한 우물'들이 의미 없었던 시대는 진작에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젊은 인재들이 우물장이가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학생의 입장에서 세상을 일반화하여 바라본 결과라 생각하는가? 글쎄, 비단 내 주위에서만 생겨나고 있지 않은 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증가한 경쟁의 영향이 크다고 느껴진다. 인터넷이 발달했고 세상에는 다양성이 증가했지만, 공교롭게도 인구가 증가하고 교육의 수준이 높아지며 뛰어난 인재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70억 인구 중에서 1명뿐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니까.
따라서 우리가 선택하고 있는 차선책은 '여러 분야'에서 '최고'가 아니더라도 '중상위권의 고수'정도에 등극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띄는 것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쟁쟁한 인재들 사이에서 나만의 개성 있는 분별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다양한 분야에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 뇌와 지능이 다양한 부분에서 발달하며 뇌과학적으로도 장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속히 말하는 '요즘 세상'에서 바라는 인재상은 다양성을 두루 갖춘 인재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료 분야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자. 생명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지식뿐만이 아니라, 방대한 생명정보를 다룰 수 있는 컴퓨터 기술, 데이터과학 지식,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 밑 사회적 지식 등이 의료계열 분야에서 점점 필요하게 되고 있다. 만약 AI의 발달로 인해 의사의 일이 점점 줄어든다고 해도 내가 가진 기타 지식들은 내가 사회에서 다른 자리를 잡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나 또한 이러한 시대상에 맞추어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는 순수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코딩, AI와 같은 IT적 교양과 상식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은 나중에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프로듀싱이나 보컬과 같이 내가 재능 있는 영역은 끊임없이 발달시키고자 한다. 언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인문학적 지식을 함양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능력을 계속해서 연습하며 나만의 것들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노력은 벡터와 같다고 생각한다. 벡터의 정의는 '크기와 방향이 있는 값'이다. 그 말인즉슨 무조건 많은 양을 투자하는 것보다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구 위에서 1km 떨어진 카페까지 가고 싶은데,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면 지구의 둘레인 4만 km 에서 1km를 뺀 3만 9999km를 이동해야 하지 않는가. 다양한 벡터들이 합쳐져서 내가 바라는 한 점으로 이동하듯이, 다양한 노력이 합쳐져서 내가 바라는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함께 3차원 세계의 다양한 벡터와 닮은 노력을 투자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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