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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은 Apr 21. 2024

대학교 대신 붕어빵 장사

불확실함에 대처하는 법

    어느 대학교를 갈지 결정하기 전에 대학교를 가야 할지부터 고민했다. 다시 한번 영국 의대에 지원하고 싶은데, 에이레벨 시험을 다시 볼 필요는 없으므로 입시에 할애할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1년의 시간이 남는 셈이다. 이 동안 놀 수도, 여행을 다닐 수도, 내가 하고 싶었던 다른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요즘 들어 줄어드는 추세인 붕어빵 장사를 할 수도 있었다. 영국 대학교에 지원하는 다른 한국인 친구와 항상 나누는 우리만의 농담은 '대학교 대신 붕어빵 장사'였다. 대학교가 뭐라고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웃겨서 나온 소리이다. 

    영국 대학 재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즈음 아버지께서 '안전한 선택인 홍콩과기대는 어떠냐'라고 말씀하셨다. 홍콩과기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과학/공학 분야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교이다. 공대로 지원했기에 의대와도 관련이 있는 의생명공학 공부를 하다가 의대로 옮기는 방법도 있고, 성향에 맞으면 아예 말뚝을 박아도 되니까. 다만 나한테 걸리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장학금. 홍콩과기대에서는 굉장히 좋은 장학금 조건을 내어 주었다: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조약 위반이라 불가능하지만, 돈 걱정 없이 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정도이다. 내가 걱정하던 것은 1년만 학교에 다니다가 옮기게 되면 다시 뱉어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불확실함이었다. 

    학교에 이메일을 보내 확인하니, 장학금을 다시 환불(?)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면야 어찌 좋지 않겠는가. 홍콩에서도 공부해 보고, 영국에서도 공부해 보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테니까.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해 9월에 홍콩과기대에 입학하고, 1년 후에는 영국 의대로 옮기는 것이 목표이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애버딘 대학교와 킹스 컬리지 런던에서 오퍼를 받았지만, 내 에이레벨 성적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나온 결과라 아쉬움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자 한다.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불확실함의 미래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우리 뇌에서는 불확실함을 정말 싫어한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한 원망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다만 삶에서 계획은 꼭 필요한 것임에도, 그것이 지나치면 계획을 넘어 근심걱정이 되곤 한다. 상투적인 답이지만, 그것이 상투적이게 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기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이미 현재에서도 고민하고 생각할 거리는 차고 넘치니까. 


사진 출처: Travel Food


    이야기의 가치를 아는 당신께서 제 이야기에 공감하여 누르는 구독과 라이킷은 현재 말레이시아 유학 중인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제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로우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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