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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은 Apr 21. 2024

학교 선생님이 형의 결혼식에 같이 가자고 했다

여성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중이기에 아직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않은, 갓 스무 살이 된 학생이다. 그리고 알고 지내던 학교 남선생님이 자신의 형제의 결혼식에 파트너로 함께해 달라고 하셨다. 

    마침 친구와 함께 고등학생답게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잠시 쉬던 중, 부탁할 게 있다며 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어보니, 형제의(사실 형인지 동생인지 잘 모르겠다, 형이라고 짐작했을 뿐이다) 결혼식이 곧인데 그곳에 함께 갈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파트너'라는 표현은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의미의 이성 파트너를 말하는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아무리 만 나이로 18살이라지만 말레이시아의 나이로는 성인도 아니고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학교의 학생인데... 현지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성분이셨고, 불편한 마음에 바로 거절하고 말았다. 

    당신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지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내 기분과는 별개로 그렇게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이곳은 말레이시아고 국제학교로, 학생과 선생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편이다. 그렇다고 이번 일을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여성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것이 또래 친구들에게 풋풋한 첫사랑의 대상이라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인 남자들에게서 그러한 시선을 받는다는 건 아직 어색하고 두렵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인 남성분들은 물리적으로 힘이 셀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많은 방면에서 나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 그런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도 하다. 1년 정도 전에는 학교의 주방에서 일하던 아저씨 한 분으로부터 사랑한다는 연락을 여러 번 받은 적도 있었고, 또 한 번은 지나가던 길에 가게 주인아저씨 한 분께서 내가 마음에 든다며 연락처를 물으며 어깨를 만지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외국이라 그런 것인지, 무언가 나에게 아저씨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묻는다면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이곳에서 오래 산 친구들 중에서는 더한 경험을 한 친구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익숙해진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엄마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모두 작년에 주방의 아저씨로부터 내가 사랑 고백을 받았을 때는 놀라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내가 매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반증이 되기도 하고, 이제 차분하게 대처하는 방법도 알고 있으니까. 이번 일에 놀라긴 했지만 바로 불편함과 거절의 의사를 보일 수 있었듯이 말이다. 

    앞으로 살면서 이런 일이 많이 있겠지. 더 익숙해지자, 삶의 다양한 순간들에는 익숙해지는 방법밖에 없으니까. 더한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 출처: Pexels


    이야기의 가치를 아는 당신께서 제 이야기에 공감하여 누르는 구독과 라이킷은 현재 말레이시아 유학 중인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제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로우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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