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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eong Oct 09. 2016

[여행 드로잉] #1 목조 건물의 낭만. 브뤼겐

삼각지붕의 살아있는 박물관이 매력적인 곳  @Bergen

나름의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 벌써 반 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는 이전과 다름없는 분주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때로는 바쁘고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힘든 일상들. 

여행을 했었단 사실조차 가끔은 꿈이 었던듯 희미한 기억으로 바래간다.


평생동안 음미 할 수 있는 특별하고 강렬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유통기한의 효력이 그 저 반 년이라는 시간만에 이토록 흐려졌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뭔가 특별하게 여행의 추억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손그림으로 여행의 시간속으로 다시 떠나보려 한다. 

짧게 '하루드로잉'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한 없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냥 내키는 대로 많이 그려보면 된다는 강사님의 말에 힘을 얻는다.


서툰 그림을 그려 나가는 동안

그 곳의 풍경, 분위기, 느낌, 냄새, 소리를 떠올리며 오감으로 다시 그곳을 만난다.

짬이 날 때마다 여행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을 그려 나가야겠다.

다시 떠나는 그 때 그 여행, 이제 시작이다..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마력을 가진 도시
가을의 회색빛에도 여유롭고 낭만적이었던
Bergen


살아있는 박물관! 브뤼겐의 길목에서.




반 년의 여정중 처음으로 밟았던 유럽 땅이었던 노르웨이.

가을의 '오슬로'는 우중충하고 흐렸다. 그 나름의 오묘한 분위기도 매력적이었지만 한 번더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역시 고민없이 베르겐을 택하겠다.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가는 여정이 사실 노르웨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기차와 산악열차 버스에 페리 그리고 다시 기차를 갈아타는 조금 고단한 여정속에서 만나는 송네 피오르와 입이 떡하니 벌어지는 놀라운 자연 풍광들.

눈을 의심하고 계속 탄성을 지르며 기차에서 내내 창에 메달려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기차에 탄 모두가 그렇게.

카메라에 두 눈에 그 광경들을 담아 내느라 분주했다.






고풍스러움과 동화적인 낭만이 공존하는 그 곳.


베르겐까지 오는 과정도 너무도 좋았지만 베르겐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긴긴 북유럽의 겨울의 초입에 접어들어 짧은 하루 해도 아쉬웠고, 관광객도 많이 빠져 때로는 거리가 썰렁했고, 유명하다던 피쉬마켓들도 거의 모두 문을 닫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록달록한 색색깔의 삼각지붕의 목조 건물들이 반겨주던 첫 인상처럼

오래된 도시의 고풍스러움과 낭만적인 동화스러움이 공존하여 여유롭고 아름다웠던 베르겐.

탁 트인 시야, 맑은 공기 그리고 노르웨이 숲과 바다가 있던  그 곳.





살아 숨쉬는 박물관, 한자동맹 시대의 목조건물을 만나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한자동맹'.

그 먼 역사의 정취가 녹아있는 16세기 중세 시대 무렵의 목조 건물들이 남아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베르겐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색색깔의 알록달록한 삼각지붕과 목조가 인상적인 브뤼겐 지역.

보겐 항구의 해안가를 따라 열채 넘는 목조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를 지탱해 주듯 촘촘히 겹쳐져 있다.

각 건물의 1층에는 실제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고,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나무판자 사이를 지나다보면 카페도 박물관도 만날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왠지 난쟁이들이 살고 있는 동화속 마을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처음에 봤을땐 색깔만 다르고 다 똑같은 모양으로 생긴 목조 건물인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저마다 개성이 묻어난다. 지붕의 면면과 창틀의 포인트 색이 다르다. 네모 반듯한 건물의 모습이 아니라 조금은 삐뚤빼뚤 생동감이 넘치고 오래된 건물들이라 살짝 기울어진 곳들도 있다.
통일된 느낌 속에서도 개성어린 모습이 브뤼겐의 매력을 조금 더 높혀주는 포인트였다.


정말 낡아 보이는 목조건물의 한 카페 노천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멋진 중년 커플
그 어떤 비싸고 좋은 식당에서 보다 로맨틱한 분위기로 달콤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저 나이가 됐을때 저런 모습으로 늙어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곳곳에 숨겨진 특색있는 가게들과 미로처럼 얽혀 있는 목조 건물들 사이의 공간.
동화 느낌을 가득주는 트롤도 벌써 한참이나 남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마켓들도 모두 재미있었다.


베르겐은 도시의 곳곳에서 툭툭 북유럽 감성이 묻어난다. 
그 흔한 스타벅스도 맥도날드도 베르겐 속에서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골목길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공예점들을 방문하는 것도 즐겁고 브뤼겐의 목조 건물들을 삐걱 거리며 기웃 거리다 보면 구경거리가 넘쳐난다.


밤에도 더 없이 아름다웠고 더욱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뽐내던 보겐 항구와 브뤼겐.
여름이었다면 노천 카페에 사람들이 그득하고 밤을 즐겼을 시간이었지만 우리에겐 허락되지 않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짝지와 함께 두 손 잡고 그 길을 조용히 걷는 것 만으로도 벅차게 행복했다.
조금은 쌀쌀했던 청아하고 맑았던 그 밤의 공기가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베르겐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플뢰위엔 전망대


베르겐의 진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바로 플뢰위엔 전망대이다.

탁 트인 시야속에서 아기자기한 집들과 노르웨이 숲 항구와 바다 그리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니 이 도시가 점점 더 좋아졌다.

베르겐 사람들의 여유롭고 부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마주한 곳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다같이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면서 산을 오르고, 공원과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아이들이 뛰어놀고, 서로 웃으며 대화를 즐기는 그 모습들이 참 부러워 보였다.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그 공간이 참 여유롭고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베르겐이 준 마지막 선물. 더없이 화창했던 작별


베르겐은 떠나는 날 마지막까지 선물을 주었다. 우울했던 회색빛 하늘을 모두 거두어가고 파랗고 맑은 하늘을 선사했다. 체크아웃을 하기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던 시내 중심의 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로움으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찬란했던 빛이 베르겐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공원에서 돗자리 깔아두고 누워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는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고 그리며 베르겐과 작별을 했다.

언젠가 베르겐을 다시 찾게된다면.. 그 때는 꼭 더 좋은 계절에 맞추어 방문을 할꺼다. 더 반짝이는 베르겐과 마주할 그날을 꿈꾼다



다시 여행 버킷리스트를 써내려간다.
이제 '어디를 갈까?'가 아닌..
'거기서 다시 무엇을 하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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