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뚝섬역. 카페 트와블루(Toit Blue)
주말의 성수동은 한적해서 좋았다. 뚝섬역에서 골목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트와블루.
빽빽한 서울의 빌딩 숲 사이에 이렇게 아담하고 예쁜 작은 정원이 있는 카페라니.
카페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집인듯 리모델링한 단층 주택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도심 속에서 만나는 이런 여유로운 공간은 더없이 반갑다. 쉼표가 되어주는 포근한 느낌의 장소.
옆에는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밥집이 앞에는 '마리몬드'가 위치하고 있는 요새 핫하다는 성수 골목길에 위치한 트와블루는 나잘났다 뽐내는 느낌이 아니라 골목길에 자연스레 어우러져 스며들어 있어 더 좋았다.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커다란 감나무와 정감어린 작은 정원, 카페 내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식물들과 부드러운 느낌의 원목 인테리어 그리고 따스한 빛이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햇볕이 잘드는 테라스 한 켠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브런치를 먹기로 이미 결정하고 왔으나 이제 더 이상은 식사 메뉴는 팔지 않는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한다. 예전엔 데일리 메뉴로 그날그날 종류가 다른 파스타나 샐러드류의 식사도 판매를 했다고 블로그 글들을 본 것 같은데..
이제 간단한 케이크나 프렌치토스트, 쿠키만의 메뉴만 남아있다. 아침 식사도 하지 않았기에 시장했던 터라 잠시나마 다른 곳을 갈까 고민을 했지만 공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 그냥 머무르기로 한다.
핸드드립 커피와 달콤한 시럽이 곁들어진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다.
토요일 오후, 포근하고 여유로운 이 곳의 테이블에 앉아 맛있는 커피 한 잔과 달콤한 토스트 한 조각을 먹으며 작은 정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미소가 절로 번진다.
막입이라 커피맛은 잘 모르지만 산미가 깊고 부드러운 케냐 커피도 좋았고, 바나나와 무화과와 함께 곁들어진 프렌치토스트도 꽤 맛났다.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한다고 간만에 먹는 빵이라 더 맛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만끽한 여유로운 몇 시간 동안 행복하다는 느낌이 가득찼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요새 견뎌내기 어려운 다양한 고민 거리들로 가득차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동생 역시 같은 느낌을 공유했다.
공간이 주는 힘이있다. 좋은 공간에 있으면 그 기운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고 믿는다. 특히 카페라는 장소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트와블루가 그러했다.
그 작은 공간 속에서 있었던 짧은 시간동안 포근한 힐링을 받는 기분이었다. 따사로운 볕과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정원.
어느날 부터인가 초록색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도 풀도 꽃도. 엄마가 왜 집에는 화분이 있어야 생기가 돈다고 고집하셨는지 알 것 같다. 귀찮다는 이유로 신혼집에 화분 하나 두는것 조차도 싫어했던 나였고 지금도 내가 관리하는 건 딱 질색이지만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나무와 풀을 그 초록색 생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졌다.
트와블루의 정원이 좋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여유로움이 알맞게 맛있는 커피가 마음을 부드럽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차게 했다.
지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조용히 나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다시 찾고 싶은 카페이다. 가까우니 퇴근길에 혼자서 다시 한 번 들려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밤에 와도 나름의 매력이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그리고 한 편으로 나도 이런 공간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나의 맘속 '술책' 프로젝트의 하나의 컨셉으로 새겨둔다.
카페 한 켠에 비치되어 있었던 에어비앤비의 홍보 책자(?) 쯤으로 보이던 책이 있었다.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란 카피를 참 좋아한다. 그 감성적인 느낌을 그대로 뽑아 만든 에어비앤비 여행자들의 여행후기 에세이이다. 이 엣지 있는 서비스는 이런 것도 참 잘 만드는 구나 싶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도 여행이 되기를 바라본다. 일상이 여행이라면 마냥 스쳐 지나가던 어느 하루하루도 새로운 무언가로 채워지겠지! 트와블루로 떠난 여행의 컨셉은 포근한 힐링이었다고 기억해 본다.
당신은 어느곳에서
어떤 시간을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