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품과 발품은 필수
우리 가족의 첫 해외 정착지인 페낭은 말레이시아의 북서쪽 해안에 있는 섬으로 첫 느낌은 제주도 같았다.
그래서 첫 인상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페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구도심인 조지타운.
영국 식민 지배 시절의 영향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식 건물들이 도시를 이루고 있는데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어 철거는 물론이고 대공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페낭섬의 탄중토공(Tanjungtokong)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이곳은 신도시 느낌으로 페낭의 다른 지역에 비해 뭔가 정돈되고 쾌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또한 바투페링기와 조지타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좋고 근거리로 생활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아직까지는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지난해 두 달 살기를 하며 지냈던 콘도 또한 탄중토공으로 당시 지역 선택을 잘했기에 지금까지 이어진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전답사처럼 찾았던 페낭 두달 살기에서 페낭 입성 3일 만에 페낭으로의 이주를 결정한 우리!
결정은 신중하되 행동은 빠르게~! 그렇게 우리는 두 달 살기를 하며 해외 이주 준비를 시작했다.
해외살이를 한다면 가장 먼저 준비되어야 할 3가지
1. 거주할 집
2. 아이들 학교
3. 자동차
페낭에서 만난 한국분들을 보면 대부분 정착서비스를 이용하여 이주를 했다.
정착서비스란...?
집, 학교,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화, 인터넷, 정수기 등 가입 및 설치가 필요한 것들과 생활용품 구입 등 페낭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상품에 따라 나중에 한국으로 복귀할 때 정리하는 마무리까지 서비스에 포함되기도 한다지인하나 없는 타국에서 홀로서기함에 있어서 시간도 절약되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는 좋은 서비스이지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
무엇보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에도 차이가 꽤 크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는 두 달 살기를 시작한 후 3일만에 이주 결정까지 했던 터라 당시에 페낭에서 바로 이주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바로 집, 학교, 자동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직접 알아보고 계약을 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지만 사실 알고 보면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리고 조금 더 움직여야 할 뿐 아주 어려운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툭툭 튀어나오니 셀프 정착은 모험심이 있는 분들에게만 추천한다.
페낭에서 집 알아보기
말레이시아에서는 집을 알아볼 때 웹사이트를 많이 이용하는데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나가기 전 많은 손품을 팔며 직접 찾아보고 비교를 해보고 나서야 집을 볼 때 적정한 가격대인지 판단하기가 좋다.
내가 집을 구하며 이용했던 부동산 웹사이트는 두 곳으로 아래 url을 첨부했다.
https://www.propertyguru.com.my
https://www.iproperty.com.my/rent/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고(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동산같은 상점을 못 본 거 같다) 부동산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해당 물건을 올린 에이전시에게 연락을 해서 일정을 맞춰 같이 보러 간다.
간혹 미끼들을 올려두고 다른 물건을 소개하는 에이전시 담당자들도 있으니 내가 원하는 물건이 정말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일정을 잡는 게 좋다.
우리는 총 3명의 에이전시 담당자를 만났는데 모두 흔히 말차라고 부르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었다.
처음 에이전시 측에 연락을 하면 호구조사?를 한다.
국적, 가족수, 페낭에 거주하는 목적과 얼마나 머물 것인지 등...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가려서 받는 듯한데 다행히 대부분의 임대인들이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꽤 높은 편인 듯하다. Kpop과 Kdrama의 위상을 다시 한번 느끼며...
헬스장과 수영장이 필수 부대시설인 페낭 콘도들
페낭에서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아파트를 콘도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의 콘도에는 헬스장(Gym)과 수영장(pool)이 기본 부대시설로 들어가 있다.
우리 집은 탄중토공 스트레이츠퀴 바로 옆에 위치한 콘도로 지어진지는 꽤 오래된 편이지만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웬만한 리조트 부럽지 않은 콘도 내의 수영장이 가장 큰 매력으로 최소한 페낭에서는 최고의 수영장을 가지고 있는 콘도라고 자부한다.
페낭 콘도 임대료는....
임대료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콘도 위치에 따라, 콘도에 따라,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평균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작년 여름 집 알아볼 때 우리 동네인 탄중토공쪽 콘도를 예로 들어 본다면 3룸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T콘도의 경우 100만원 안팎의 임대료가 많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Q콘도의 경우 150만원 안팎의 집들이 많았는데 방 갯수를 떠나 집의 사이즈로만 비교를 한다면 Q콘도가 거실이나 방의 크기가 훨씬 큰 편이라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다.
참고로 말레이시아는 방의 넓이를 얘기할 때 제곱미터가 아닌 스퀘어피트(sqft)를 사용한다.
사실 위의 임대료도 작년 여름 집을 알아보고 다닐 때의 수준이지 지금의 수준이 아니다. 전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 된 이후 페낭으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그로인해 수요가 많아지니 임대료 또한 많이 오른 상태이다.
집주인을 보통 오너라고 부르는데 우리 집 오너는 일본인으로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이다.
그래서 얼굴도 못 보고 증빙서류로만 확인을 하며 계약을 했는데 어떻게든 일정 맞춰서 부동산에서 얼굴 보고 도장 찍어야 안심이 되는 나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지만 콘도의 특성상 오너가 대부분 외국인이라 그렇게 계약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가 9월 초에 집을 계약하며 입주시기를 미루고 미뤄 12월 1일로 계약을 했는데 보통 한 달 이상은 텀을 안 주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세입자가 빠진 상태에서 빈 집을 내놓고 보여주기 때문인 듯 짐작된다. 공실기간이 너무 길면 단연히 임대인 손해...
우리나라의 경우 집 계약 만료일 전에 세입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집을 보여주며 세입자가 나가는 날짜와 새로 들어오는 날짜를 맞춰 서로 보증금 주고 받는 게 국룰처럼 되었으나 페낭은 절대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본 집만 최소 열 집은 되는 거 같은데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던 집 한 곳을 빼고는 모두 빈 집 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거 같은데 우리나라는 집주인의 편의를 위해... 보증금이라는 인질을 구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들이 집을 깔끔하게 정리해 가며... 양쪽 일정 체크해 가며 부동산에 집을 보여주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 식이긴 하지만 참 세입자들이 착하다.
집을 알아 보고 다니는 중에 아이들의 학교가 거의 확정적이 되어 도보로 등하교가 가능한 콘도로 좁혔다.
그게 지금 내가 거주중인 콘도로 예산이 초과되며 집의 사이즈도 줄이기로 했다. 방3 에서 방2로...
어차피 우리는 눈 뜨고 생활하는 시간의 90%이상이 거실이라 큰 고민없이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한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집을 구하러 페낭에 들어올 수도 없으니 최대한 텀을 두고 계약할 수 있는 집들로 찾는 수밖에... 또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그렇게 찾고 보고~ 찾고 보고~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집 구할 때는 손품과 발품은 필수!
결국 몇 가지 내려 놓을 것들은 내려 놓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는데 역시나 긴 텀이 문제였다.
다행히 에이전시 담당자의 조율로 지금의 집을 계약하며 페낭에서 집 구하기는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계약 시작일을 12월 1일자로 하며 9월 초에 계약을 했으니 3개월 정도의 텀을 두고 계약을 했다. 크리스마스 앞두고 전입을 했으니 20여일을 공실로 둔 게 아깝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계약을 한 셈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계약 할 때는 임대료를 기준으로 측정되는 비용들이 있다.
보통 계약기간에 따라 임대료의 한, 두 달 정도 되는 금액과, 반 달 정도의 금액을 디파짓(우리나라로 치면 보증금 개념으로 나중에 돌려 받는다)하게 되는데 계약이 종료 되는 시점에 월세와 공과금이 미납 된 경우 그 디파짓에서 차감을 한다고 한다.
이 디파짓도 참 말이 많은데 오너가 누구냐에 따라 계약기간이 끝날 때 온갖 트집을 다 잡으며 디파짓에서 차감을 해 하나도 못 돌려 받았다거나 오너의 연락 두절로 디파짓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오너가 어느 나라 사람인 경우 피하라~! 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사실 어느 나라보다도 어떤 사람이 오너인지에 따른 복불복이라 나라로 판단하는건 힘들지 않을까 싶다. 최대한 에이전시에게 오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며 가늠해보는 수 밖에...
콘도 관리비는 집주인이...!
특이하게도 페낭이서는 콘도 관리비를 집주인인 오너가 지불한다. 물론 전기세나 수도료 같이 세입자가 직접 사용하는 공과금은 세입자가 납부를 하고 일반적인 콘도 관리비만 오너 부담.
이건 우리 콘도 뿐 아니라 모든 콘도에 적용되는 룰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부동산 에이전시 수수료는 같은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페낭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약간 높다고들 얘기한다. 우리는 2년을 계약하며 1개월분의 월세를 수수료로 지불했다.
집 알아보며 남편은 첫 외국인 친구가 생겼는데 바로 우리 집 에이전시 담당자인 J이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남자분으로 계약한 후 지금까지도 집과 관련된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성실함을 보여주며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페낭에 살며 지인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집을 구할 때는 가능하면 오너 측의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게 좋은 듯하다. 우리가 이용한 에이전시는 오너의 에이전시라서 문제가 생길 경우 에이전시에 연락을 하면 바로 오너에게 전달이 되어 일 처리가 빠른 편이었는데 각 에이전시가 다를 경우 에이전시끼리 이야기가 전달되고 회신받는 과정에서 일처리도 늦고 누락되는 경우도 많은 거 같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에이전시가 다를 경우 집을 보러 갔을 때 에이전시 담당자가 양쪽에서 나온다. 우리는 운이 좋아 오너 에이전시를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부동산 웹사이트를 보고 연락할 때 직접 가지고 있는 물건인지를 먼저 확인해도 좋을 거 같다. 또한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물건 외에도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더 있을 수 있으니 비슷한 다른 집들도 같이 보여달라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