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원부춘 - 가탄 구간
봄은 왔지만....(지리산둘레길 대축 - 원부춘 구간)
전날 저녁을 먹고 기절 한 다음 그래도 아침 일찍 7시쯤 일찍 일어났다. 8시에는 출발을 해야 될 것 같아서.
최종 목적지 가탄에서 내려가서 화개장터에서 점심을 먹고 3시 30분 서울행 버스를 타야 해서 조금 서둘렀다.
산에 1박 할 때는 언제나 아침으로 먹는 간편 발열 라면밥을 먹고 어제저녁에 숙소 앞 베란다에서 커피 한잔 마셨으면 하는 생각에 가지고 온 믹스커피를 끓여서 마신다. 숲 조망에 계곡, 조용한 가운데 물소리와 새소리가 너무 좋다.
짐을 싸고 나와서 조금은 일찍이라서 숙소 주인에게는 따로 인사는 드리지 않고 숙소를 나선다. 숙소의 검둥 강아지가 짖다가 마중 나와서 인사를 해준다. 다음에 또 올게~
어제 내려온 길을 또 올라간다. 찻길을 한참 올라가다가 임도로 변하고 그 임도를 또 오른다. 가파른 산길이나 계단은 아니고 경사가 있는 임도이지만 길긴 긴지라 한참을 올라갔다. 아마 임도의 꼭대기가 둘레길의 최고고도 근처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올라가다가 이제 산 등성이 길을 따라 내리막 산길인데 내리막이 장난이 아니다. 무릎이 아프다~ 게처럼 옆으로 내려와야 했다. 내리막도 한참인 길은 역시 오르막처럼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내리막 역시 진달래 길이 있어 그나마 위로를 받는다. 더불어 가늘길에 얇고 작은 대나무가 많다 했는데 이걸 "조릿대"라고 부른단다. 이번 산불 뉴스 중에서 산데 이 조릿대가 너무 번식해서 산불이 번지는 속도도 빠르고 소방대원이 접근하기도 힘들었단다. 식물을 보면서 "너 좀 안 좋아 보인다"라고 느낀 건 처음인 듯..
원부춘 - 가탄의 둘레길 도장은 희한하게도 산중턱에 있는 "하늘호수 차밭"이라는 곳에 위치한다. 가기 전에 이곳에 둘러 도장도 찍고 그 유명하다던 하동 차를 마셔보겠노라고 야심 차게 왔는데.. 이런~ 오전 10시 반에 도착해 보니 아직 오픈 전이라는... 아쉽게도 도장과 사진만 찍고 지나친다.
이제 거의 막바지 코스인 "정금차밭"에 도착했다.
오~ 매번 사진으로만 보던 "차밭"이라는 꽤 규모가 있는 곳은 처음 본다..라고 생각했다가 아~ 아주 오래전에 제주 오설록 녹차밭을 갔던 경험이 생각났다. 처음은 아니군~ 그래도 아주 오랜만에 차밭을 처음 본 것처럼 정갈하게 가꿔진 차밭을 보니 지친 산행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러 장의 사진을 남기고 다시 목적지를 향한다. 멀리 벚꽃십리길도 보인다.
목적지 바로 전의 마을인 대비마을에 도착한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에 대한 진귀한 전설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나면 이제 목적지인데 여기도 마지막 한참 오르막길로 지친 내 다리가 아우성이다.
마지막 가탄마을에 들어서자 벚꽃이 사방에 피어 있다.(유채꽃도 보인다.) 그리고 작년에 폭우를 맞으며 왔던 가탄 마을 이정표에 도착~
이 가탄 마을의 화개천 건너편이 하동 벚꽃 십리길로 벚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산불로 인해서 벚꽃 축제는 중단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다. 이 십리 벚꽃길을 꽃에 취한 채 내려온다. 너무도 아름다운...
꽃에 취해 있지만 허기를 이기지는 못한다. 너무 배가 고팠다. 아직 버스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어서 이번에는 미리 알아둔 참게탕을 먹기 위한 식당으로 갔다. 뚝배기 민물 참게탕은 처음이다. 배고 고팠지만 참게탕과 맛있는 반찬의 향연에 또 취한 채 배부르게 먹고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참고로 화개버스터미널의 편의점에는 멋진 뷰를 자랑하는 휴게실이 있어서 항상 커피 한잔을 마시고 버스를 탄다.
이번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은 찾아온 봄과 함께 시작했지만 같이 찾아온 대형 산불로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여행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점점 기후 변화로 인해서 소멸되어 간다는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돈다.
얼마 전 아내와 대화를 하다가 우리 딸이 어른이 되면 지금의 우리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과거의 어른들이 생각한 행복과 미래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다 틀리고 각자의 기준에 따른 행복을 논하겠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많은 것을 미래의 우리 아이들은 충분하게 느끼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 행복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