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경이롭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자신이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승리에 일조하고, 팀에 기여하면서 자신의 상품성까지 높이는 스포츠이다. 모든 구기 종목이 선수들의 능력치에 맞는 포지션이 있고 상황에 맞는 작전들이 있지만 야구는 개인의 능력치에 맞게 그날의 타순을 편성하고, 작전을 짜며 상황과 장면에 맞게 그 순간에 특화된 선수를 빼기도 하고 넣기도 한다. 따라서 그 한순간을 위해 선수들은 준비하고 훈련하며 그 한순간이 스타를 만들어 내고 그 한순간 때문에 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도 ‘사기캐’는 존재한다. 그런 사기캐의 존재는 반갑기도 하지만 같은 필드에서 뛰고 있는 입장이라면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야구선수 오타니의 등장은 이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을 뛰어넘은 듯하다.
50-50클럽. 한 시즌 50개 홈런, 도루 50개 달성. 특화된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말 그대로 엄청난 힘으로 담장을 넘기고, 공보다 빠르게 달리는 능력을 기록으로 표현한 홈런과 도루라는 기록을 50개씩 기록한 선수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고, 웬만한 선수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나만 잘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기 계발의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그런 생각들은 당연한 이유이다.
단지, 오타니가 좀 다를 뿐이다. 다른 것이 맞다. 확실히.
그의 선행과 야구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 곧고 확고한 인생관과 그저 바라보게 만드는 바른 인성에 세계는 경의를 표한다. 정말 신선에 가까운 삶이 아닐 수 없다. 온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고 존경하고, 응원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길을 늘 묵묵히 간다. 무소의 뿔처럼 그저 정진한다. 뒤를 돌아보기커녕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옆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일까. 그를 그렇게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삶을 보면 그저 단조롭다. 오직 야구이다. 어떠한 불우한 가정환경이 그를 그렇게 앞만 보는 경주마로 자극 시킨 것도 아니었고, 삶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거대한 사건이 그를 덮쳐서 야구 바보로 만든 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대단한 여정들과 기록들이 어떤 결핍을 메우기 위한 욕심과 고집과 같은 안쓰러운 도전들로 변질되어 비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미소를 잃지 않고, 배려를 놓친 적이 없으며 어디에서나 예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할 것 같다.
오늘 달성한 50-50클럽 가입이 다른 선수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오직 오타니만의 기록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딘 첫 순간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듯이 또 다른 엄청난 선수들이 등장하리라 본다.
그러나 오타니 쇼헤이라는 인물을 보며 계속해서 뭔가의 깨달음을 얻고 싶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야구선수라는 걸 떠나서 말이다.
오늘은 야구팬으로서 기억해야 마땅한 날이다. 너무나 멋진 날이다. 앞으로도 오타니 쇼헤이를 열렬히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