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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시사연합 ICAU Nov 10. 2023

영화 <국가 부도의 날>: I am 멸망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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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분들은 혹시 요즘 경제 뉴스 자주 읽고 계시나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IMF 사태’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중에서는 IMF 사태를 기억하시는 분도, 어렴풋이 기억하거나 아예 교과서에서만 등장한다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른바 ‘IMF 사태’는 한국 사회를 근본부터 뒤흔든 큰 사건이었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계시겠죠?


그런데 요즘 경기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증시와 환율 등 중요한 경제지표들이 한국이 두려워하는 90년대 말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 IMF 사태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사진=다음영화>




① 그릇 공장장 '갑수'


해당 영화에서는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오늘 미디어 리뷰 역시 세 주인공의 서사를 중심으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997년 11월,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일컬어지는 ‘IMF 사태’ 발발 직전의 한 달. 여기 세 주인공이 있습니다. 한세현, 윤정학, 그리고 갑수 입니다.


▲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사진=다음영화>


갑수는 직원 열댓을 둔 스테인리스 그릇 공장의 공장장입니다. 추운 겨울, 더운 여름 가리지 않고 공장 직원들과 열심히 일해 집도 한 채 장만한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합니다.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과 비슷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90년대 서울의 유명 백화점이었던 ‘미도파’ 백화점에서 갑수네 공장제 그릇을 백화점에 납품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합니다. 무려 5억이라는 계약금을 걸고서요. 갑수는 미도파 같은 대형 백화점에 5억 원어치 그릇을 납품한다는 사실이 기쁜 한편 어음으로 결제한다는 미도파 측 사람의 너스레에 고민하게 됩니다. 미도파 사람이 돌아간 이후에도 계약서를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하죠.


어음은 결제가 정상적으로 된다면야 아무 문제없는 유가 증권의 한 종류이지만,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질 경우 그저 종이쪼가리일 뿐인데요. 당장 현금이 없으면 거래처에 밀린 대금이나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사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갑수의 동료 ‘영범’은 눈 딱 감고 도장 찍자고 갑수를 달랩니다. 5억 원이라는 거금은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액수이기도 했으니까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갑수는 도장을 찍게 되고, 동시에 외국인들이 투자 채권을 환수하고 있다는 라디오 음성이 스쳐 지나갑니다.




②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세현'


한세현은 보고서 한 편도 칼각으로 맞추어 올리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팀 팀장입니다.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계속해서 바닥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이 상황을 알리려고 애씁니다. 그것이 나랏밥 먹는 자신과 자신의 팀이 할 일이라는 점을 영화 내내 말로, 행동으로 곱씹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소위 ‘윗대가리’들의 머리에, 아니 달팽이관에도 들어가지 않은 모양. 정치권과 연관되어 있는 당시 청와대 재정국 차관 등은 대한민국이 말 그대로 부도 직전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함구하기로 결정합니다. 여기서 그녀는 지금으로서는 말도 안되는 각종 인격적인 모독을 들어가며 한 차례 밀려납니다.


그렇게 함구했지만 외환 보유고는 이내 바닥났고, 그녀는 상황 수습을 위해 본인과 자신의 팀을 모욕했던 ‘윗대가리’들과 다시 조우하게 됩니다. 여기서 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요. 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하자는 의견에 한세현은 거의 눈 뜨고 기절한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당연합니다. 이는 같은 윗대가리였던 재정국 금융실장마저도 과한 처사라고 발을 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그녀의 반대는 이번에도 묵살. 마지막 IMF 협상단과의 비공개협상에서도 쫓겨나게 되어 그녀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IMF 보고서와 사직서를 같이 제출한 그 날의 끝자락에서, 한없이 모욕적이고 무리한 처사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녀는 이번 사태로 인해 시민들이 어떤 처지까지 몰리게 되었는지를 목격하고 주저앉게 됩니다.




 금융맨 '윤정학'


윤정학은 고려종합금융 소속 금융맨이었습니다. 그러다 외환위기의 냄새를 맡고 음모론자라는 비웃음까지 사며 자진퇴사를 감행하는데요. 그 길로 평소 알고 지내던 투자자들을 모아 한국 경제의 위험성에 투자할 것을 어필하고 결국 2명의 투자자만이 남게 됩니다.


▲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사진=다음영화>


윤정학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환율 방어에도 원/달러 환율은 폭등하고 증시는 폭락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채권으로 떼돈을 벌었죠. 그러나 그렇게 큰 돈을 벌었음에도 웃는 듯 우는 듯 다음 투자처를 찾아 걸음을 옮길 뿐입니다.


윤정학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환율 방어에도 원/달러 환율은 폭등하고 증시는 폭락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채권으로 떼돈을 벌었죠. 그러나 그렇게 큰 돈을 벌었음에도 웃는 듯 우는 듯 다음 투자처를 찾아 걸음을 옮길 뿐입니다.


그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정부는 외환위기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췄고, 아닌 척 IMF와 협상을 진행 중이었으며, 이 모든 것이 국민들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린 탓이라는 ‘대국민 가스라이팅’까지 저질렀습니다.


그의 존재는 앞선 ‘갑수’와 ‘한세현’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고통받던 당시를 기회로 삼아 돈을 번 자들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들은 그저 변화에 민감한 투자의 귀재들일까요, 아니면 사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고통에도 웃을 수 있는 기회주의자들일까요?




④ 에디터 총평: ★★★★☆


갑수, 한세현, 그리고 윤정학 세 주인공은 분리되어 그려집니다. 그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고통스러워하는데요. 저 역시도 그들의 생활을 따라가고 좌절하다 끝내는 허무함도 느꼈던 120분이었습니다. 너무 익숙한 사건이고 대한민국은 아직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 여운이 남다르실 수 있는데요. IMF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도 있듯 영화적 상상력이나 추가적인 설정이 가미되어 있는 부분이 존재하니 감상이 끝난 후 상상력을 덜어낸 사실을 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MF는 왜 일어났을까요? 우리는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나요? 혹시 평소 순간적으로 스치는 위기 경보를 무심히 넘어가고 계시지는 않나요? 개인적으로 이 일련의 사태가 변화에 무감한 태도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우리 생활과 사회 전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로 보이기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IMF 사태를 알기 위한 첫걸음으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추천합니다.



Editor  키키K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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