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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꿈을 먹고 자란 아이

by 고르

전라남도 보성군.

어릴 때 나는 유난히 집이 많았다.


포도 농장에서.

장갑 공장에서.

전통시장에서.


그러다 아파트로 처음 이사를 갔다.

어릴 적부터 부잡스러운 탓에 몸 성할 곳 없었고,

잠귀는 또 어찌나 밝던지 엄마는 새벽 내 나를 재우기 위해 곁을 지켰다.


그렇게 엄마의 꿈을 먹으며, 커갔던 나는 받은 거에 비해 그렇다 할 자랑거리는 되지 못했다.


공부와는 인연이 없었나 성적은 항상 바닥이었는데,

이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집에 성적표가 날아온

날이었다.


평소 무뚝뚝한 아빠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나를 불러 앉혔다. 내 앞에는 성적표가 놓여있었는데

아, 나를 혼내려고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뜻밖의 아빠의 말은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있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


공부가 다가 아니다,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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