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유엔의 여성 2인실은 한 달 4만 5천 엔이었고, 남녀공용 10인실은 한 달 3만 9천 엔이었다. 나는 몇 달간 두 곳에서 다 지내 보았다. 2인실은 2층 침대 하나에 바닥에 사람 한 명 정도 누울 수 있는, 짐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남녀공용 10인실은 커다란 방 하나에 사람 한 명 누울 수 있는 공간마다 발을 쳐서 10 군데로 나누고 있었다. 처음 남여공용 10인실을 봤을 땐 그래도 여성 2인실이 낫지 저기서는 못지낼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 막상 10인실에서 지내보니 불편한 게 없어서 '가격도 더 싸고 좋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고 있던 게스트하우스 유엔이 이전을 하게 되었다. 이전을 하면서 앞으로는 단기투숙객만 받는다고 해서 나와 같은 장기투숙객들은 새로 살 곳을 찾아야 했다. 다들 각자 앞으로 어떻게 집을 구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주변에 다른 게스트하우스 오픈 파티가 열렸다. 그러나 이 게스트하우스는 단기 투숙객만 받는 곳이었기에 나는 그저 파티 음식을 먹으면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곳에 아오이도 와있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 이전으로 다른 살 곳을 구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더니 아오이가 낫쿠라는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마침 낫쿠도 파티에 와있었기에 아오이의 소개로 낫쿠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낫쿠는 턱수염을 길렀고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직업은 치과 의사이고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셰어하우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는데3인실에 한 달 요금이 2만 7천 엔이었다. 이야기가 잘되어 낫쿠의 셰어하우스인 츠키노야마에 살기로 했다.
이삿짐은 자전거로, 전철로, 일본인 친구의 차로 며칠에 걸쳐 조금씩 날랐다. 그리고 또 한 번 전철로 짐을 나르는데 낫쿠가 전철역에 마중 나와 짐을 들어주었다. 짐을 들고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낫쿠와 대화를 하는데 우리는 아직 서로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낫쿠가 반말로 물었다.
“○○, 나랑 동갑이지?”
“27인데요.”
“동갑이네.”
“85였어?”
나도 모르게 너무 깜짝 놀라는 바람에 괜히 미안해졌지만, 낫쿠는 개의치 않아 했다. 낫쿠의 왠지 모르게 성숙해 보이는 첫인상 때문인지 나보다 당연히 나이가 많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셰어하우스 룸메이트이자 동갑내기인 마리모가 자신도 낫쿠를 처음 봤을 때 나이를 많게 봤다는 얘길 했다. 마리모와 낫쿠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낫쿠의 나이를 알고 나서도 마리모는 한동안 낫쿠에게 존댓말을 하는 실수를 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