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와서 첫 룸메이트는 수정이었다. 나와 거의 같은 시기에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온, 나보다 6살 어린 친구이다. 수정이는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밝은 사람이다. 수정이가 자주 하는 말은 “아, 행복하다.”였다. 웃을 때는 ‘으하하하’ 하고 웃기도 하고, ‘헤헤헷’ 하고 웃기도 한다. 같이 있다 보면 어렸을 때 사소한 일에도 마구 웃었던 것처럼 따라 웃게 된다. 겉은 명랑하고 아이 같지만 속은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수정이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데, 한국 아이돌그룹은 물론 일본 아이돌그룹의 노래, 춤을 엄청 많이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길치인 나와는 달리 길눈도 밝아서 오사카의 골목 여기저기를 다니며 길도 잘 찾았다. 혼자 머리를 못 땋는 나를 위해 가끔 외출할 때 내 머리를 땋아주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내성적이라서 활발한 성격의 수정이와 친해질 거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그런데 비자 시기가 거의 같아서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
오사카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같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내가 일자리를 구하고 얼마 후에 수정이도 일자리를 구했다. 수정이는 코리아타운의 k-pop 굿즈 가게에서 일했다. 수정이랑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수정이가 일하는 가게에 놀러 가 본 적이 있었는데, 한국 아이돌그룹의 브로마이드, 사진 등을 비롯해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같은 한국 화장품들도 팔고 있었고 일본 학생들이 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로서는 알 수 없는 한국 아이돌그룹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정이가 말했다. - 1
“언니랑 대화하다 보면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요.”
“할머니께서 경상도 분이시가.”
“아니요, 충청도요.”
수정이가 말했다. - 2
“언니, 나는 일본이 좋아요.”
“나도.”
수정이가 말했다. - 3
수정이가 어느 날은 일본에서 k-pop을 틀어주는 클럽(그런 곳이 있다고 한다.)에 다녀와서는 말했다.
“언니, 얘네(클럽에서 본 일본인들) 우리보다 더 잘 알아요!”(k-pop 최신곡을 이미 알고 있더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