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빠진 방탈출
몇 년 전 방탈출 유행이 크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프라인으로 방탈출 카페가 막 생겨나고 온라인으로도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생겨나던 때. 그때는 '방탈출'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다른 오락거리보다 시간당 소요되는 비싼 요금 때문이었는지, 시간 맞는 사람들을 적게는 2인에서 많게는 4인 이상 모아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이었는지,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하러 다니거나 하자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현실에서도 부딪히는 문제를 풀려고 아등바등하는데 굳이 돈 내고 들어가서 복잡한 문제랑 씨름하기 싫어서 그랬는지. 전부 다 해당되는지.
어떤 공간이길래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점을 찾아다니며 할 만큼 재밌을까? 이런 궁금증이 단 1%도 생기지 않았을 만큼 방탈출은 내 관심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다 보니 시간을 보다 즐겁게 쓸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게 되었다. 직접 경험해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후기를 찾아보기도 하다가 우연히 방탈출을 100방 이상한 사람이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얼마나 재밌으면 100방! 200방!! 300방!!!이 넘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방탈출에 입문하게 되었다.
선택한 테마에 입장하기 전 다양한 자물쇠 푸는 방법을 들으면서 기대감이 더 증폭되었다. 내가 알던 자물쇠는 사물함이나 캐리어에 분실 방지용으로 채우는 게 다였는데 방향, 알파벳, 혼합 등 새로운 세상이 열렸으니까.
방문이 닫히며 동시에 오디오에서 나오는 스토리를 들으며 과몰입 완료.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갇혔으니 무조건 탈출한다는 일념으로 힌트를 남발하며 첫 방탈출을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이후로 방탈출 관련 용어들을 섭렵하며 내 레벨에는 어떤 테마를 해야 재밌게 즐길 수 있을지 찾아다니고 있다. 알면 알수록 테마도 다양하고 신기한 장치도 많아서 요즘에는 길 걷다보면 방탈출 글자만 크게 눈에 들어온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을까 생각해 보면 같이 간 동행인이 나랑 잘 맞았고, 과몰입하며 탈출에 성공했고, 스태프께서 이후 스토리 설명을 잘 해주셔서. 이렇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은.. 스릴러 테마였는데 내가 잘 놀라는 편이라 미화해서.. 기억하고 있는 걸 수도..
가끔 시간이 맞는 친구와 방탈출을 하며 새로운 테마와 장치를 알아가고 소소한 좌절과 즐거운 성취를 맛보고 있다.
아직도 한 번에 풀지는 못하고 이게 된다고? 이건가? 아닌 것 같은데 어 된다! 해서 우연히 문제를 풀기도 하고, 이건 이렇게 하는 거네! 딱 보면 알겠다! 싶어서 노력했는데 헛다리 짚어서 낭비된 시간을 회복하고자 힌트를 쓰기도 하고, 힌트 제한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운 난도라 초반에 다 쓰고 제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서성이다 탈출에 실패하기도 하고, 막히면 힌트를 남발하며 어쨌든 탈출에 성공하고 있다.
방탈출 초보지만 언젠가는 혼방(혼자 방탈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오늘도 나는 내게 적절한 테마를 찾기 위한 검색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