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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해솔 Jun 11. 2023

널브러지는 공에 비례하는 희열

요즘 트렌드는 골프보다 테니스라고요?

이제는 골프에서 테니스로 트렌드가 넘어갔다는 말을 들었다. 이 트렌드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고, 왜 골프에서 테니스로 넘어갔는지도 모르고, 그게 무슨 의미를 나타내는지도 모르는 나는 속으로 그렇구나 했다. sns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듯 사람들이 즐겨하는 스포츠도 달라지는구나 싶었다.


'채'를 이용하는 스포츠 중 나와 친근한 건 배드민턴뿐이었고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별관심 없었다. 그런데 옆에서 재밌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퇴근하고 간다 등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들어오고 SNS에 테니스 하는 사람이나 관련 용품들이 종종 등장하면서 내 안의 호기심이 조금씩 자라났다.


테니스 알못인 나는 몇 번 본 경기들을 떠올리며 격하게 치는 배드민턴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고급 스포츠'라 불려서 시작하면 장비부터 옷까지 비싸게 갖춰야 한다는 말들에 휩쓸려 쉽게 접근하지 못했는데 우연히 원데이클래스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냉큼 잡았다.







테니스채는 생각보다 많이 무거워서 평소에 손목이 별로 좋지 않은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거 너무 열심히 하다가는 며칠 앓겠다. 그나마 가벼운 채를 골라주셨는데도 기술이 몸에 익지 않아서 어떻게든 공을 치겠다는 일념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니 하는 중간에 손목이 시큰거렸다. 오히려 약간 힘을 빼고 흐름을 타고 쳤을 때 굿샷! 이 나와서 짜릿한 순간을 짧게나마 맛볼 수 있었다.


공이 오면 무조건 쳐서 넘기는 게 아니라 타이밍이 있고, 맞춰야 하는 스트링 구간 포인트가 있고, 치고 멈추는 게 아니라 채를 어깨 뒤로 넘겨야 하는 동작이 있고, 왼손으로 공이 튀어 오르는 위치를 잡아주는 포즈가 자연스레 이어져야 했다. 하지만 나는 습득력 느린 로봇. 뚝딱뚝딱. 하나를 신경 쓰면 하나가 어긋나는 이상한 동작들을 반복하며 느리게 익숙해져야 했다.


채를 뒤로 넘길 때는 골프 동작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골프는 또 이런 느낌일까? 싶은 마음도 잠깐 들었다. 물론 아닐 확률이 높지만.


강사님이 공을 쳐주시거나 볼머신에서 공이 나와 그걸 쳤을 때! 네트를 넘어가든 넘어가지 못하든 일단 쳤을 때! 그때 짜릿한 즐거움이 올라왔다. 누군가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줘서 힘껏 타격하고 싶은데 도의상 윤리적이고 법의 테두리 안에 사는 도덕성 높은 사람인지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공을 힘껏 내리치며 스트레스를 푸는 건가 싶기도 했다. 참으로 건강한 해소법이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지는 공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연습에 할당된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 이 순간 처음 알게 된 스포츠를 잘 해내고 있다는 즐거움도 쌓였다.




한 번 해본 것도 경험한 것이니 다음에 누가 얘기하면 본격적으로 끼어들지는 못하더라도 공감할 포인트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우연이지만) 굿샷 몇 번 쳐봤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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