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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현 원장 Jul 24. 2024

의사가 디스크 수술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의사가 디스크 수술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외래에서 많은 환자분들을 보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아마 베스트 3에 들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척추 관련 전문의 하더라도 척추 추간판(디스크)의 수핵이 파열돼 흘러내리면서 팔, 다리에 마비가 되는 지경에 이르기 전까지는 수술을 권유하기란 참 애매하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추간판이 탈출하거나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건드리거나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나 마비의 정도는 모두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환자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말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과 같이 평소 끊임없는 운동으로 근육이 잘 발달돼 있으면 같은 상황이라도 통증과 마비 증세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천적으로나 타고 났거나 후천적인 이유로 통증 자체를 덜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CT나 MRI 상의 해부학적 상태만 봐서는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힘들다.

다른 한 이유는 수술을 하고 난 이후에 펼쳐지는 상황 때문이다. 

척추나 관절과 관련해 퇴행성 질환에 대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나 그 보호자들은 수술을 받고 나면 수술 받기 전에 있던 통증이 완전히 씻은 듯이 사라지고 척추가 정상적일 때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이는 환상에 가깝다. 한번 망가진 척추신경은 수술이 완벽하게 되어도 절대 젊었을 때 질병의 있기 전의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100명의 왕의 권력을 모아도 세월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공관절 치환술을 비롯해 일부 척추, 관절 수술은 수술 후 힘든 재활과정을 거쳐야 척추나 관절이 제 기능을 하고 통증의 정도도 많이 줄어든다.


환자나 그 보호자가 이런 환상과 착각을 하는 이유는 인터넷 포털에 넘쳐나는 과잉 정보와 과대광고들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주변 지인이 수술을 해서 깔끔하게 나은 사례를 보고 그런 기대를 품는 경우가 있지만, 완벽하게 질환이 발생하기 전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란 정말 어렵다. 그리고 그 지인과 자신의 상황이나 환경이 모두 똑같을 수도 없다. 실제생활을 하다보면 의사가 수술을 권해 수술을 했지만 그 결과는 예전보다 상당히 나아지고, 그럭저럭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는 환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허리나 관절이 너무 아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환자의 해부학적 상황 뿐 아니라 전반적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환자와 많은 상담과 진료를 통해 수술을 최대한 피해보도록 노력하는 ‘착한병원’과 ‘착한의사’를 만나야 한다. 그런 병원과 그런 의사를 어떻게 만나느냐고? 독자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복불복’이다. 마비가 올 정도나 도저히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정도가 아니라면 최대한 비수술적 치료를 하고 난 후 환자에게 수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부작용, 재활과정을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충분하게 설명한 후, 환자의 동의를 구하는 의사라면 일단 믿을 만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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