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
올해 나의 2023년도를 한마디로 정의해 보면 "비워냄"이었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고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은 채 대학생이 된 나는 뭐라도 습득하고 싶고 가져가고 싶은 마음에 "열정"에 가치를 두며 살았다. 열정을 따라 2~3년간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그 '쿵'대로 살아내느라 활기 치고, 설레하고 휘둘리며 살았고, 올해 '그래, 지금까지 잘 살았다! 하지만 이젠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라고 굳게 다짐을 했다.
올해는 혼자 지내면서 다시 나에게 어울리는, 나에게 편안한 그런 '가치'를 찾는 여정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행길을 떠났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올해 2023년도의 나에게는 이런 고행길을 걷는 게 필요했다.
나는 이 고행길에서 2가지를 깨달았다. 첫 번째, 인생은 철저하게 trade-off라는 것. 두 번째, 인생은 내가 점점 "좋은 인간"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를 낱낱이 알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두 가지 진리(?)를 깨닫자마자 블로그 일기장에 남겨 두었다.
당시 나는 "센스윅sensewick"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좋은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운영했던 모임이었고 이끌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하지만 꽤나 힘들기도 했다. 사실 힘들었다기보다는 기가 쪽! 빨렸지. 성향상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인데, 사람들을 내가 이끄는 입장이었으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지만, 철저하게 혼자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교감"이 많이 그리웠다. 하지만 올해는 철저하게 혼자 지내보기로 다짐을 했고 힘들 때마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기대는 행동은 이제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꾹 참고 혼자 인내하며 보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주말마다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그런 것을 하면서 동시에 긴 호흡을 가지고 몰입하여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타인에게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자료를 만들 순 없다. 두 가지 모두 멋지게 수행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다.
이때 깨달았다. 인생은 trade-off, 즉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는 잃을 수밖에 없는 원칙을 따른다는 것을.
올해 내가 잘해보고 깊었던 관계, 일에서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일들을 겪었다. 힘이 쫙 빠지면서 자칫하면 인생에 회의감까지 가지게 되는 그런 일들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당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니 나는 당한 게 아니라 "저지른"것이다. 그러니까 상대의 부족함과 미성숙함과 나의 부족함과 미성숙함이 합쳐져서 저질러진 일인 것이다.
올해 일어난 일들을 통해 나의 부족함, 미성숙함을 상세하게 들여다보면서 부끄럽기도 했고, 수치스럽기도 했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근데 미묘하게 스스로가 선명해지고 단단해지는 감각도 느꼈다. 내가 미숙하고, 서툴렀다는 것을 인정하니까 그냥 수긍하게 되는 과정에서 묘하게 자유로워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때 깨달았다. 인생은 내가 점점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를 낱낱이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괴로워하는 과정을 늘 겪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묘하게 선명해지고 단단해진다는 것을.
얼마 전 신기한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왜 신기한 책이라고 표현을 했냐면 내가 올해 깨달은 바를 정확히 담고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 사실 책을 먼저 읽기 전에 다큐멘터리를 먼저 봤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들었던 감정은 1) 영상미가 독특하다 2) 근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뭔데? 였다.
나의 이해력이 부족했을 수 있는데, 정확히 다큐의 제목과 다큐 내용이 관통하는 메시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다시 봤고, 책을 읽으니 '아하 모먼트'가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와 책은 사람들에게 비워내는 법을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인생에서 비워내야 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배워내야 하는지를 알려줘서 우리에게 실용적인 깨달음을 선사하는 그런 콘텐츠다.
그래서, 그 콘텐츠 이름이 뭐냐고?
바로
유명한 말이 있다. 대략 성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는 말, 모두들 들어보셨거나,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뭐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있었지만 성인이 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소위 말해서 '한 풀 꺾이는' 경험들을 하며 점차 현실감을 갖게 되는 그런 것. 보통 '현실 감각'을 깨우친다는 것은 보통 우리에겐 부정적으로, 혹은 조금 서러운 것으로 해석이 되곤 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 마크 맨슨(Mark Manson)은 '나는 특별해'라는 생각은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돋보이고, 눈에 띄고, 대단한 삶만이 가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가치는 밑바닥이라는 생각으로 지배될 것이다. 왜냐고? 나는 유명해져야만 하니까, 나는 거물이 되고 싶으니까, 나는 부자가 돼야 하기 때문에, 최고로 이쁘고 잘생기기 위해서 매일같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욕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욕구를 내려놔야 한다. 위와 같은 욕구를 내려놓을 때 인간은 자유를 느낀다. 어떻게 내려놓느냐고?
우선순위를 매길 것!
스스로 공들여 쌓아 올린 개인의 가치관에 기초하여 자신에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골라내야 한다. 이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에 신경 쓰다 보면 위와 같은 요구들 때문에 본인이 늘 행복해야만 하고, 이뤄내야만 하고, 증명해야 하는 욕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없다.
내가 신경 쓸 대상을 신중히 고르고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 그리고 나머지에는 과감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이것이 마크 맨슨이 말하는 '신경 끄기의 기술'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올해 배운 가치인 "인생은 trade-off"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 대부분 "인생은 자고로 행복해야지~"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하(했)다. 행복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우리 인생에서 들이닥치는 여러 고통, 불안, 우울, 권태, 수치와 같은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을 견디질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잘못된 것 같거든. 마크 맨슨은 말한다. 행복은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나온다고.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지독히도 똥덩어리 같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고통 그 자체다. 왜냐고?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들여다봐야 하거든.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야 하거든. 그리고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치욕'이거든. 하지만 이런 실존적 위기를 겪을 때 인간은 성장한다. 마크 맨슨은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하고 그걸 견디라고 말한다. 고통을 유일하게 극복하는 길은 고통을 견디는 것이고 이 과정을 거쳤을 때 가치 있는 것을 얻으니까.
그가 말하는 신경 끄는 기술은 무언가에 무심해지고,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거나 시니컬해지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신경 끄기의 기술은 '목표와 역경'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외에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는 눈을 거둘 수 있는 그 용기가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
올해 나는 나의 부족함과 문제점을 낱낱이 보게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이 과정은 정말이지 토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묘하게 선명해지고 단단해졌다. 부족함, 무지를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견디는 과정을 통해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마크 맨슨의 말은 내가 이번 연도에 배운 가치인 "인생은 내가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를 낱낱이 파악하는 과정이다"의 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마크맨슨의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나온 내용을 필자가 올해 깨달은 바를 토대로 함께 훑어보았다. 지금 이 글을 (지금까지) 읽고 있는 사람들 중 현재 하나에 집중을 하느라 내가 놓친 것에 대해 곱씹고 있는 사람이거나, 본인의 자아가 붕괴될 만큼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부족한 점에 신경 꺼라,
당신이 못 가진 것에 신경 꺼라,
현재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에 신경 꺼라,
이 세상이 당신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그 사실에 신경 꺼라,
그리고, 오로지 내가 지금 하기로 한 것에 신경 써라.
이 글을 실존적 자아를 찾느라 허덕이는 그대들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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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뽑은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 2개
기본적으로 우리는 '기꺼이 신경을 쓸 대상'을 좀 더 꼼꼼히 고르게 된다. 이게 바로 성숙이다. 사람은 진짜로 가치 있는 것에만 신경 쓰는 법을 배울 때 성숙해진다.
새로운 가치관을 선택한다는 건 새로운 고통을 자신의 삶에 들여오는 것이다. 그 고통을 즐기고 음미하라. 두 팔을 벌려 환영하라. 그리고 고통스러워도 당신이 선택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라.
+) 추가하는 글
최근 한국 언론에서 "한국,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키워드로 눈에 띄는 제목의 기사가 많이 나오길래 클릭해 보니 앞서 소개한 책의 저자 마크 맨슨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사회의 우울증 문제를 조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려서 화제가 되었다. 영상에서 한국의 완벽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평하게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 방식을 도입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계속 강조하는 내용이 본인의 자아가 비대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토대로 한국의 모 아니면 도 사회에서 <신경 끄기의 기술>을 진정으로 함양했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