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공감에 대하여
한때 나는 쿨한 여성을 동경하고, 쿨한 여성인 척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누구 앞에서든지 내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되먹지 못한 짓을 했을 때 가차없이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처럼 싹둑 잘라버릴 수 있는, 더 나아가서 공감을 해달라며 남성들에게 종용하는 여성들을 보며 속으로 '굳이?'를 외치는 그런 여성 말이다.
하지만 나의 본질은 말랑이다. 아주아주 몰캉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너무 몰캉해서 '콱' 쥐면 바스스 무너질 수도 있을 정도다. 내 본질은 '공감'을 필요로 하고 내 본질은 '공감'을 잘하는 아이라는걸 받아드려야 하는데, 이걸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오늘 나는 이 '공감능력'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것이다. 우리 말랑몰캉이들은 공감을 잘하기 때문.
자신의 몰캉한 모습이 싫은 그대들에게 이 글을 적어본다.
일단 영단어 부터 살피고 하자. 뭐든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로 sympathy, empathy 모두 "공감"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그럼 이 두 단어의 차이는 뭘까?
그러니까 sympathy는 '공감'이긴 공감인데, 조금 더 '동정'의 의미가 더 강하다. 자신보다 불운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그 사람을 마음을 헤아리는 느낌의 공감인 것.
empathy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그런 능력을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말할 공감은 'empathy' 인 걸로 하자.
윗 사진 속 인물은 자밀 자키 (Jamil Zaki)로,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스탠퍼드 사회신경과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심리학 + 신경과학을 통해 "공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공감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그의 책 [공감은 지능이다]의 내용을 일부 발췌해서 공감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자. 그는 공감을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공감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몇 가지 방식 이라고 말한다.
'정서적 공감'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함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적 배려'는 실질적으로 상대방의 상황을 개선시켜 주고 싶은 마음을 말한다.
이렇게 3가지가 어우러진 것이 바로 '공감' 이다. 즉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감정을 배려하는 것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을 묘사하는 포괄적인 용어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문가가 말하는 공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면, 지금부터는 공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유명인사의 말들을 한번 살펴보자.
할리우드 유명 배우 메릴 스트립은 미국 버나드대학 졸업 연설에서 '공감'에 대해서 말한다. 메릴은 자신이 맡인 배역에 공감하고 자신의 작품 속에 온전히 몰입해 보는 경험을 통해 행복과 세상에 대한 목적을 스스로 감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는 것에서부터 배웠다고 말한다.
공감으로 한 인간의 자아가 유명인, 영웅, 가상 속 인물 등과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배우'에게 공감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렇게 메릴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존경받는 여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녀가 주변 사람들과 나눴던 공감과 사랑이 자신이 배역을 이해하는데 공감하는 밑바탕이 되어서 혼신의 연기를 한 것이 아닐까?
최미나수는 미스 어스 Miss Earth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고,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한 인물이다. 그녀는 경연장에서 사회자에게 "이 세상에서 바로잡고 싶은 한가지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최미나수는 사람들이 종종 친절과 공감을 착각하는데, 기후 문제나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 싶다면 그 문제에 관해 공감할 수 있어야하며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야한다라고 대답했다. 다른 참가자들의 답변과 비교했을 때 조금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이며 한국의 정서인 '정'을 나타내는 답변이었다고도 생각한다.
스티븐 호킹은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이다. 스티븐 호킹은 한 인터뷰에서 "인류가 가장 바꿨으면 하는 점이 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공격성'을 줄어야한다고 말하면서 서로 헐뜯고, 약탈하고 위협하는 짓은 그만해야 하며 이러한 현상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모두를 평화롭고 다정한 상태로 모이게 만들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우주와 천체 물리학에 힘쓴 것도 이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더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요즘 mbti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다. mbti 문화에서 특히 대두되는 관계가 T vs F 이고, 이와 관련된 많은 밈들이 있다.이 밈들에서 주로 보이는 구도들은 T가 F를 혼내거나 F들이 T들이 한 말에 상처받는 그런 모습들, 그리고 F들이 너무 물렁하고 관심을 갈구하는 존재들로 비추어 지는 밈들도 있다. 솔직히 말하겠다.
어느순간 이런 밈들이 보기 싫더라.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징징거리고 유치하며 보채는 사람들이 아니다. 공감을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 또한 징징거리고 유치하며 보채는 사람들이 절대로 아니다. 이 사람들은 부드러운 유혹자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유혹은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파악해서 적절한 질문들을 던져 상대방에게 호기심을 이끌어내서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서서히 녹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유혹은 바로 '공감' 에서 나온다. 우리 앞으로 우리만의 강점인 '공감'을 잘 다듬어서 우리만의 분위기를 내뿜어 모든것을 유혹해보자.
이 글을 자신의 말랑몰캉한 부분을 감추고 싶거나 없애고 싶은 그녀들에게 바친다.
We have to feel for one another if we're going to survive with dignity .
우리가 위엄을 지킨 채 살아가려면 서로를 느껴야한다.
-Audrey Hepb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