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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Mar 24. 2024

홍콩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서울 퓨전중식펍, '이상향'

고독한 먹기행 (91) - 은평구 역촌동의 '이상향'

역촌동에 독특한 분위기의 술집 중식당이 있길래 방문을 염두에 두었다가 이제 방문하게 되었다. 내부 인테리어만 봤을 땐 연이은 합격을 외치고 싶은 곳. 편안한 차림으로 동네 마실을 나왔다 들렸는데, 흡사 대만, 홍콩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 말이다. 오사카를 연상케 하는 북가좌동 '심야식당 텐조'에 이어 이곳은 홍콩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소개할 곳은 역촌동에 위치한 중식당 '이상향(理想香)'이다. '중경삼림'의 양조위가 되어보자.



※ '이상향'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7:00 ~ 24: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금, 토의 경우 01:00까지

- 주차는 불가로 보는 것이 맞겠다. (가게 앞이 넓은 도로변이나 딱지를 떼일 수도 있을 듯)

- 테이블식 구조 (안쪽 벽면의 4인 테이블을 붙여 단체로도 방문하는 듯하다.)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로 추정 (가보진 않았다.)

- 중화요리 전문점이라기보단 퓨전 중식을 다루는 분위기 있는 술집

- 퓨전 중식답게 크림새우 또한 일반적인 크림새우가 아닌 과일 맛을 담은 생크림이 곁들여 나온다.

- 데이트 장소로 좋은 내부 인테리어, 빨강과 초록 위주의 색감, 주방이 보이는 실내 유리, 외관의 갈색 벽돌까지 더해져 참 인상 깊다.

- 90년대의 국내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선곡은 아쉬운 감이 있다.



'이상향', 가게 외부의 한자는 '향기 향(香)'을 썼더라. 습기가 찬 주방 쪽 유리창엔 사막 속 야자수를 형상화한 것 같은데, 이상적인 곳, 이상적인 맛을 추구한다는 중의적 표현인가 보다. 여하튼 끄트머리가 둥근 모양의 두 개의 통창.

역촌동에 이러한 분위기, 황송할 따름이다. 들어가 보자.



들어온 내부. 필자는 대만의 향수에 살짝 취했고, 연인은 홍콩의 향기에 취했다. 외관에서 느낀 기대만큼이나 실망시키지 않는 분위기. 좋구나.



술 한잔하기도 전에 분위기에 취한다. 주방이 보이는 창문, 살짝 투명한 톤의 빨간 한자와 습기 찬 뿌연 창문. 빼갈병들 또한 서포트를 해준다. 그래, 그거구나. 이 가게 내부의 색감 왜 이리 익숙한가 했더니 고량주 병의 색상이다.


동경하는 세계(憧憬的世界), 사막의 오아시스(沙漠的绿洲), 세 번째 줄은 제대로 모르나 당신의 취미 이상향인 것 같다. 오래간만의 한자들. 필기 입력기를 조금 거쳤다.



내부를 관찰하다 보니 음식은 뒷전이구나. 메뉴판을 살펴보자. 아, 조금 더 특별한 중식을 원했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선 꽤나 익숙한 중식 위주다. 익숙한 메뉴 기반에 퓨전을 가미. 필자의 경우 빛으로 가려진 메뉴판의 탄탄면을 접하다가 이후 크림새우 小짜를 주문했다. 주류는 중식당의 익숙한 술들이나 대만 망고맥주는 또 처음이다. 하이볼이 있는 것도 독특한데, 역시 분위기 술집답다.



그렇게 자차이 무침이 먼저 등장. 양파, 파가 함께 무쳐졌는데, 좋다. 단무지였다면 분위기 리듬에 산통을 깼을 것이다.



탄탄면 먼저 등장. 산처럼 수북해 조금 놀랐다. 수란에 가까운 계란이 첨벙한 듯 들어있구나. 탄탄면. 들어간 장과 소스 비율에 따라 집마다 맛의 갭도 워낙 크고, 방식 또한 스펙트럼과 같이 굉장히 제각각인데, 이곳의 탄탄면은 국물 가득 스타일이다. 

먹어보자. 음, 개인적으론 장의 맛이 더욱 강했으면 좋겠는데, 부드러운 스타일의 탄탄면. 되직한 맛의 탄탄면을 좋아하는 필자기에 느끼기엔 조금 순화된 탄탄면의 느낌이다. 나가사끼짬뽕 맛도 강하고 말이다. 그래도 얼추 안주로는 나쁘지 않다.



이어 등장한 크림새우. 눈을 의심했다. 아래에 깔린 크림, 리얼 생크림이었으니 말이다. 분위기에 취해 메뉴판의 작은 설명을 읽지 못한 탓이기도 한데. 오, 그래도 나쁘지 않더라. 새로운 조합. 이게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일반 생크림이었다면 으잉? 했겠으나 새콤한 맛을 가미했기 때문인 듯하다.



감귤일지, 유자일지 그런 파우더와 레몬이 석인 듯한 새콤한 크림. 어느 정도 느끼함을 방어해 준다. 小짜로 주문해 다행이다 싶었는데, 넉넉하게 즐기기엔 어쩔 수 없이 끝에선 크림의 느끼함이 치고 올라오기 때문. 그래도 처음 느끼는 새로운 조합. 퓨전 중식을 즐기는 이들은 만족스러워할 요소다. 때문에 데이트 술집의 곁들임 안주로는 추천할 만하겠다.



그렇게 식사는 짧고 굵게 마무리, 내부 인테리어나 분위기로는 손색이 없다. 특상의 중식이라기보단 분위기와 함께 퓨전 중식을 느낄 수 있는 곳.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음악의 선곡이 아닐까? 등려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면 더욱 분위기에 흠뻑 취했을 것 같다.


어쨌든 간 은평구에 지인이 방문한다면 2차 정도로 데려가기에 좋을 곳. 역촌동에서 만나는 대만, 홍콩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퓨전 중식 술집. '이상향'이었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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