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92) - 대전 동구 정동의 '신도칼국수'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들 중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칼국수인데, 상당한 맛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집들이 많아 순대국밥과 함께 대전을 방문할 때마다 여러 집들을 판에 깔아두고 패를 골라 방문하기 좋은 메뉴이기도 하다. 특히나 순대국밥보다 좋은 점이라면 파다대기로 통일된 순대국밥집과는 다르게 집마다 독특한 개성의 칼국수를 손보이고 있어 각기 다른 스타일의 칼국수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인데.
오늘 소개할 집도 그런 곳들 중 하나다. 대전역 인근 정동에 위치한 사골과 멸치라는 이색 조합 스타일의 '신도칼국수'가 그 주인공이다.
※ '신도칼국수 본점'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09:30 ~ 19:30 (이른 시각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대전역 인근이라는 점이 꽤나 큰 메리트.)
- 주차는 불가하다 보는 것이 맞겠다. (굉장히 비좁은 골목으로 갓길 주차가 많아, 차로 진입하는 것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다.)
* 인근 대전역 주차장 또는 대전역사점 민영주차장 이용을 권장.
- 테이블식과 좌식이 혼재된 구조
- 화장실은 건물 계단에 위치한 반 외부 화장실로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남녀 공용이었던 것으로 기억.)
- 일정량씩 생면으로 조리한다. 운이 좋으면 바로 칼국수가 나올 수도 있으나, 조리를 시작하면 기본 15분 이상은 소요.
* 기차를 탑승하기 전에 방문할 경우 꼭 여유를 두고 방문하시기를 권장.
- 들깨와 사골, 멸치 베이스의 육수가 함께 하는 진하고 깊은 풍미의 칼국수. 이 오묘한 조합 탓인지 닭 육수와도 같은 느낌도 받는다.
- 대중적인 맛은 아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
60년이라니. 세월을 제대로 맞은 칼국수다. 그만큼 대전 사람 중 누군가에겐 추억의 음식일 텐데, 필자에게도 그렇다. 유독 어린 시절 칼국수를 주문하면 들깨 베이스의 진한 육수의 칼국수, 아마 '공주칼국수'라는 많은 상호가 문창동 '공주분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처럼, 어린 시절 자주 접하던 들깨베이스의 진한 칼국수는 '신도칼국수'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들어가 보자.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편안하게 입성. 내부는 테이블과 좌식이 혼재된 구조다. 거기에 언제나 반가운 난로의 연통. 대전역 인근은 이런 식의 집들이 아직 많아 좋다.
메뉴는 단출하다. 칼국수와 수육, 두루치기는 대전이니 역시 두부두루치기다. 이곳은 오징어두부두루치기가 나오는 곳. 칼국수는 지금도 굉장히 착한 가격이다. 아니, 다른 집들이 무지막지해진 것일지도.
그릇으로도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집. 진정한 노포 인증이지 않은가? 기술했다시피 15분이 걸릴 수 있음에 대한 안내. 참고하면 좋겠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 어느 손님도 기차시간으로 몇 젓가락 후 바로 나갔으니 말이다. 블루리본서베이의 마크도 붙어있는 것인가? 도서를 구매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다.
창업주분의 사진도 보인다. 대전 칼국수 역사에 발자국 하나 남기신 대단한 분이다.
자, 역사 흔적 탐방은 마치고, 본격적인 시식 준비. 찬은 다소 아쉽다. 열무김치와 단무지. 그래도 칼국수엔 겉절이 김치의 취향을 최고로 치는 필자다. 더불어 간장 베이스의 양념장.
등장할 칼국수에 첨가해 주면 되는데, 역시. 대전 칼국수 맛집들의 매력이라면 하나 같이 다 다르다는 점. 파다대기로 대동단결한 순대국밥과는 이게 다르다.
여기서 써먹을 수 있겠구나. 예로 필자가 즐겨 찾는 괴정동의 '공주칼국수'의 외모다. 쑥갓, 계란, 김과 파가 들어가 아주 얼큰하게 끓여낸 칼국수. 시뻘건 외모만큼 맵기도 상당한 녀석이다. 아쉽게도 영업종료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창동의 원조집에서 비롯해 대전에 급유행처럼 퍼져나갔다는 얼큰이 칼국수. 때문에 공주칼국수란 상호가 즐비하단 설이다. (마찬가지 메뉴의 강자로 '복수분식'도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파생된 집들 중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자주 방문하고 듣고 자란 롯데백화점의 '공주칼국수'를 더욱 쳐주고 방문하는 편.)
물총칼국수의 '오씨칼국수', 스마일칼국수까지. 선호하는 집들이 다르고 두부두루치기, 쭈꾸미 등 주력 사이드도 다른데, 흡사 서울의 평양냉면 세계관과도 같은 것이 대전의 칼국수 세계관이겠다.
다시 돌아와 등장한 신도칼국수. 사진으로만 봐도 특이하지 않은가? 맛 또한 그렇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칼국수의 느낌이 강하다. 오묘한데 끌리는 맛. 사골과 멸치 조합 육수 기반으로 필자에겐 익숙한 들깨 듬뿍. 서울엔 이런 칼국수가 없어서 섭했었지. 배가 아주 고픈 상태였다면 더욱 맛있게 즐겼을 것이다.
진하고 걸쭉하다. 부드러운 식감의 생면. 조금 퍼진 듯한 감은 살짝 아쉽다.
이 타이밍에 양념장을 가볍게 투척. 대전스러운 칼국수. 맑은이 주류를 이루고 얇은 우동면 스타일이 많은 서울의 칼국수보다 친숙한 면발.
다만 조미가 심한 편인 느낌도 있다. 때문에 다소 쉽게 물리거나 느글느글하게 느낄 수도. 확실히 대중적이진 않아 접할 때 컨디션을 꽤 많이 탄다.
그래도 세월 묵은 칼국수라 이따금 방문하면 좋을 추억의 맛.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의 조합은 꼭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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