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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Sep 21. 2024

직접 칼로 썬 도톰한 생삼겹살, ‘싸리골’

고독한 먹기행 (83) - 은평구 갈현동의 ‘싸리골’

정기전으로 만나야 하는 음식 중 하나라면 필자에겐 단연 삼겹살이다. 특히나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라는 키워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녀석이 아닐까 싶은데. 막히는 도심 속을 헤치고 한창 시간의 금요일 저녁, 때문에 필자도 다시 찾았다. 새로운 둥지로 이전한 곳을 찾은 건 처음이구나.


은평구 삼겹살계의 묵직한 골목대장, '싸리골'을 또 한 번 만나보도록 하자.



※ '싸리골'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30 ~ 22:30

- 주차 가능 (이전 식당과 같이 이곳도 가게 뒤편으로 전용 주차장이 구비되어 있더라. 수용 공간은 확인하지 못했다.)

- 대중교통으로 6호선 구산역 4번 출구 인근

- 테이블식 구조 (단체도 수용 가능한 상당히 넓은 내부)

- 화장실은 이제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이전 후 가장 좋아진 점이겠다.

- 구산사거리 방면의 '싸리골'을 삽 푸듯 떠서 그대로 1층에 옮겨 놓은 듯하다. 인테리어가 그대로다.

- 밑반찬이 꽤나 풍부한 삼겹살집, 직접 칼로 썬 삼겹살로 유명한데, 흡사 어린 시절 집에서 먹는 삼겹살의 느낌이다.

- 고기는 두툼한 생고깃집과 얄쌍한 냉삼집의 중간계로 보면 되겠다.

- 된장찌개는 기본으로 등장.

- 국물갈비로도 유명한 집인데, 필자는 아직 맛보지 못했다.

- 90년에 오픈해 30년 넘게 이어온 이 구역 삼겹살 강자.

- 볶음밥도 되는데 메뉴판에 있어 모르는 이들이 꽤나 있는 듯하다.

- 먼 거리에서 찾아 방문하기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동네 주민이 늘상 찾기에 좋은 곳. 은평구 주민이라면 응당 방문함이 좋겠다.



작년, 구산사거리 인근에서 구산역 근처로 이전한 싸리골. 지금까지 이전만 두 번째인데, 구산사거리 인근으로 첫 식당의 흔적도 확인할 수가 있다.

오래간만이다. 해가 지나고 만나는구나. 이전한 곳 방문은 처음인데, 역 근처 1층으로 자리 잡았으니 지리적으로나 위치적으로나 더욱 좋아졌다. 필자의 경우 더욱 집과 가까워졌으니 좋고 말이다.



역시나 상당히 넓은 내부. 이전 위치도 넓었는데 공간은 더욱 넓어진 듯하다. 게다가 늦은 시간 방문임에도 꽤나 많은 테이블의 손님들. 역시 여전했다. 안쪽 깊숙하게 들어가면 분리된 듯한 느낌을 주는 홀이 또 나오는데, 단체로도 방문하기 참 용이하겠더라.



또한 이젠 화장실도 내부에 위치해 있어 한결 편해졌다. 다만 바닥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 곳곳에 안내의 문구가 있지만 온갖 테이블에서 구워대는 삼겹살로 바닥이 꽤나 미끄러운 편이다.



그리고 내부 인테리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도 유심히 봤던 요소들이다. 세월을 쌓아온 듯한 그 시절의 소품들을 수집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진열된 병들이 그렇다. 이젠 보기 힘든 콜라병과 맥콜병까지. 담금주처럼 나이를 먹고 있는 녀석들. 호돌이부터 슬램덩크, 영웅본색, 케빈까지 있구나. 참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을 강타했던 핵심 요소들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포스터들을 이전에도 있었나 싶은데. 사장님이 나름 수집광이신 걸까?



여하튼 간, 이제 음식을 만나보도록 하자. 아쉽게도 국물갈비는 오늘도 다음 기회에다. 생삼겹살 2인분과 함께 오늘은 물냉 아닌 비빔냉면을 주문.



고기와 쌈 채소부터 등장. 오늘은 아쉽게도 청상추는 아닌 적상추구나.



밑반찬까지 어느 정도 준비 완료다. 김치, 콩나물, 파절임은 곁들임이지만 이후 셀프로 리필 가능한 저 도토리묵과 사과샐러드 때문에 풍성하다는 느낌을 주더라. 직접 담근 장을 써 진한 향의 쌈된장과 구수한 된장찌개가 첫 방문 당시 굉장히 매력이었는데, 기분 탓일지 오늘은 쌈장에 더욱 가까운 맛이다.

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구워볼 시간.



기름에 굽는 소리. 특히나 금요일 저녁엔 세레나데에 가깝게 들린다. 좋다.

냉삼보다야 두껍지만 아무래도 두께감이 적은 '싸리골'의 생삼겹살이다. 살짝 기름이 몽글몽글하게 배어 나오고 불판에서 고기가 떨어진다면, 잽싸게 뒤집어줌이 좋겠다. 바싹 익힐수록 질겨지더라.


    

솔직히 말해 첫 방문의 감을 잃어 아쉽게도 첫판은 조금 날려먹었다. 조금 더 살짝 구웠어야 했다.

다행히 심기일전 후 두 번째 판은 꽤나 성공. 좋다. 뭐랄까 참 이전했다는데도 여전하다. 게다가 여전히 느껴지는 어린 시절 신문지 깔고 좁은 부엌에서 구워 먹던 집삼겹살의 향수.



이번엔 물냉면 아닌 비빔냉면을 시켜보았는데.

막간의 비빔냉면에 파채를 듬뿍 넣어봤더니 웬걸. 상당히 마음에 든다. 달달함에 얼얼한 맵싹함이 가미되니 삼겹살과도 궁합이 꽤나 좋구나. 마무리의 격으로 괜찮았는데, 시도한 스스로를 칭찬해 보는 필자였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의 삼겹살은 종료.



정말 삽 푸듯 옮겨온 싸리골. 여전했다. 먼 거리라면 무리가 있겠지만, 은평구 주민이라면 꼭 한 번 찾아 방문하기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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