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앞두고
오늘 아침에도 다이어리에 필사하며 ‘26’이란 숫자를 봤다. 주말이 지나고 나면 9월도 이틀 남는다. 이번 달에도 거의 매일 필사하고 글을 썼다. 문장에 대한 단상을 적기도 하고 그날의 글감으로 긴 글, 브런치에 주간 검도 회고도 쓰는 동안 글쓰기 모임에선 200편 넘게 글을 썼고 브런치에도 50편 가까운 글이 쌓였다. 역시 쌓이면 어마어마하다.
이제 글쓰기는 하루에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일과 같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쓰는 데엔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하거나 표현하고, 계획도 세우고, 하루를 시작하거나 정리하고, 번역 연습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 단톡방과 단톡방에 있는 분들과도 익숙해졌다. 어떤 모임을 꾸준히 할 수 있단 것도 엄청난 일이다.
어제 단톡방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의 숫자가 늘수록 관심사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과 관련해서. 잠깐이었지만 책에 관해 이야기해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평소에는 거의 혼자서 책을 읽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두는 편이다. 오프라인 독서 모임도 있는 듯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부담스럽다. 문득 고등학교 때 독서 토론 동아리를 하던 게 생각났다. 가입 신청하고 며칠 뒤 야자 시간에 논술 시험을 본 것도 떠올랐다. 그때 읽어야 했던 최인훈의 <광장>이 지금도 기억난다.
어제 글을 쓰는 동안 제목이 <경험의 멸종>인 책도 문득 떠올랐다. 단톡방에서 이 책을 얘기하신 분이 있어서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싶어 깜짝 놀랐다. 알라딘에서 검색해 소개글과 옮긴이 약력도 잠시 살펴봤다. 내용을 보아하니 <도둑맞은 집중력>만큼 영향력 있을 것 같았고 옮긴이가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전자책을 또 하나 장만했다.
아직 낮에는 다소 덥지만 이제는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다. 다음 달에는 시작부터 추석 연휴가 길어서 시간이 훌러덩 옷을 벗고 도망갈 것 같다. 날이 점점 쌀쌀해지니 그제사 몸을 움직이든 책을 읽든 글을 쓰든 뭘 좀 해야겠단 생각이 들며 머리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10월에도 신랑과 밥 챙겨 먹고 슬로 조깅과 검도로 몸을 움직이고 읽고 쓰고 번역 연습하며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