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수집품

by 해달
스마일. 유화. 프로크리에이트.

1. 다이어리

한때 문구류에 환장해 연말이 다가오면 다이어리를 사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문구류를 파는 사이트에서 어떤 다이어리가 나왔는지 둘러보고 표지와 내지 구성도 찬찬히 살펴보고, 택배가 오면 한 번 더 실물이 어떤지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꽂이 한 칸 전체를 다이어리가 빼곡하게 차지하기도 했다. 다이어리를 한 권씩 모을 때마다 마음이 배불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공간만 차지하는 새 다이어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후회했다. 결국 이사하면서 다 정리했다. 취향도 바뀌어서 다이어리를 고르는 기준도 단순하고 깔끔한 것, 타임테이블이 없는 것이 됐다. 그나마 여러 종류의 다이어리를 사고 써 보면서 얻은 경험이다. 지금도 어떤 다이어리가 있는지 둘러볼 때가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2. 커피 대신 차

어느덧 아침에만 커피 한 잔을 마신 지 2주가 넘었다. 처음에는 오후에 금단 현상처럼 그렇게 커피 생각이 났다. 3일 전에도 여독이 남아 너무 피곤해서 점심을 먹은 뒤 정말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참고 호박차를 마셨다. 그 결과 모기가 귓가에서 앵앵 맴돌 때를 빼곤 알람이 울릴 때까지 깬 적이 없다.


커피 마시는 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커피 대신 마실 차를 모으게 됐다. 시작은 쑥차와 호박차였다. 며칠 전에는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목이 간질간질하길래 인터넷으로 생강청을 주문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밤, 생강청과 따뜻한 물을 약 0.7대 1로 섞어서 마셨다. 우와, 후기에 쓰인 대로 생강청이 진했다. 감기도 막아버릴 맛. 예전에는 몰랐던 맛들이 커피를 줄이고 나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3. 책, 문장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돌이켜보면 교과서나 문제집 외에도 책은 항상 곁에 있었다.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아빠께서 해외로 출장을 다녀오실 때마다 영어 원서를 1~2권씩 사다 주셨다. 고등학교 때는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매주 책을 읽어야 했고, 학부 때도 전공 특성상 국어로든 영어로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시험 준비하는 동안에는 잠시 멀어졌지만, 그 뒤에는 밀리의 서재와 각종 이북으로 책과 다시 만나고 있다.


전과 달리 한 권을 진득하게 파고들기보다 이 책, 저 책 왔다 갔다 하며 조금씩 읽고 있다. 읽다 보면 닮고 싶은 문체, 기억하고 싶은 좋은 문장에도 욕심이 생겨 자연스레 손 글씨를 쓰게 된다. 하루에 한 줄씩 그런 문장을 적어뒀다가 한 달이 끝나갈 때쯤 죽 보면 쌓인 느낌이 들어 마음이 배부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