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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검도 회고 by 해달

도루묵

by 해달



-이번 주 연습 내용-

1) 검도의 본 선도, 후도

전체적으로 많이 나아짐. 선도는 2, 5본 머리 치기, 6본 손목 치기, 후도는 4본 감아 머리 치기, 7본 허리 치기 다듬으면 될 듯.

2) 연격-좌우 머리 치기: 대혼란


검도와 슬로 조깅, 고관절 스트레칭을 병행하고 있다. 검도는 주 2회, 슬로 조깅은 아침마다 매일 하고 자기 전에 고관절 스트레칭으로 골반과 허리 주변을 푼다. 특히 슬로 조깅을 한 지 1달이 조금 넘은 지금, 전보다 심폐 지구력이 약간 늘고 허리도 나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 전부터는 고관절 스트레칭도 하면서 오른쪽 다리 저림 증세가 많이 완화되었다. 통증 척도가 1부터 10까지 있다고 가정하면, 4에서 0~1로 줄었다. 아직 회복 중이어서 겨울 동안에도 검도보다는 슬로 조깅으로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검도에는 인정할 건 인정하자, 다시 노잼 시기가 왔다. 노잼 시기를 지나는 중이다. 한동안 허리 문제로 호구를 쓰지 못하고 검도의 본만 반복 연습하면서 조금 지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호구를 쓰고 기본기 연습과 자유 대련을 할 때, 구석에서 도복만 입고 목검을 든 지도 벌써 몇 달째던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그러다 못해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자괴감도 찾아왔다.


어느덧 9달 됐건만 지금 다니는 도장의 사람들, 분위기도 여전히 낯설다. 특히 사람이 그렇다. 그런 와중에 기본기 설명 방식과 내용까지 상이하니 혼란스러웠다. 이번 주에 오랜만에 연습한 연격 좌우 머리 치기도 그랬다. 그동안 내가 배우고 연습해 온,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연격 좌우 머리 치기마저 서로 다른 설명 방식과 화법에 도루묵이 돼 버렸다. 결국 요지는 같을 텐데, 나는 왜 두 분 사이에서 갈피를 잃고 비틀대는 걸까?


한쪽 설명은 ‘그렇게 각도를 크게 잡아서 머리를 치면 더 힘들다. 마지막 순간에만 각도를 20도 정도만 살짝 바꿔 쳐라’였다. 다른 한쪽은 ‘각도를 마지막 순간에 살짝 틀든 머리 위로 칼을 들었을 때부터 살짝 틀든, 어쨌든 각도를 30~45도 정도만 틀어라. 둘 다 해 보고 본인한테 맞는 걸 하면 된다’였다. 후자가 친정 검도관 관장님의 설명 방식과 좀 더 비슷했다. 전자는 ‘지금 동작은 틀렸으니 고치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혼란스러웠지만 각도를 조금만 잡아서 계속 연습했는데, 덕분에 죽도로 오랜만에 삽질 아닌 삽질을 했다. 왜 칼이 이렇게 빗나가지, 하면서. 오른팔에 알이 베긴 건 보너스.


전에도 그랬지만 ‘잘한다’는 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3년 전에 친정 검도관에서 한창 배울 때도 관장님께 옴팡지게 혼났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걸 고치면 나아질 수 있을 거다,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해도 어차피 틀렸다는 뉘앙스의 말만 듣는데 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어쩌다 멀리서 친정 검도관 관장님께서 올리시는 영상을 보면 환장할 노릇이다. 나 왜 이러지. 관장님도 저렇게 연습하시는데 난 아직 초단밖에 안 됐으면서 왜 이러고 있지. 이럴 때 털어놓을 사람도 가까이에 없고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나마 이번 번역 과제 점수가 지난번보다 올라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속된 말로 멘탈이 털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해도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부정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 사람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인일 때, 내가 점점 쭈글이가 된다는 느낌이 들 때, 상대의 말을 자꾸만 꼬아서 듣게 될 때도 마음이 찜찜하고 괴롭지만 그 가운데서 다시 무기력해지려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더 속상하고 힘들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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