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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분노하고 제대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55. 제때 분노하고 제대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정념을 제어하는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에서 시작된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충동과 어리석음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이 일어났음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그 일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삶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작은 정념을 쉽게 지나쳐 버린다. 인식하지 못하면, 사소한 감정이 어느새 큰 후회로 남기도 한다.

아프고 난 뒤, 나는 사람들과의 작은 감정 다툼이나 마음에 남는 사소한 불편함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말,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행동을 하느라 바쁜 삶 속에서, 나는 점점 가족들에게도 관대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밥을 혼자 먹고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고 아이 방에 찾아가 잔소리를 퍼붓던 일도 있었다. 그때 나는 정념에 휘둘려 있었고, 아이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에 사로잡히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행동한다. 집은 가족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긴장과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쉬어갈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이 바로 그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얼굴을 마주하며 한 공간에서 지낼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따뜻한 엄마의 미소로 가족을 맞이하는 것이다. 작은 미소와 관대함이 남기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가끔 동료들을 만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이 없다. “점장이 이랬다, 파트장이 저랬다, 어린 직원이 기본 예의가 없다”라는 식으로 직장 이야기를 쏟아낸다. 나도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똑같이 그들과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모순이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 그것이 불만이고 스트레스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회사에 다니며 불합리함을 느끼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상사를 맞추며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결국, 그 안에 있을 때의 이야기는 그 순간의 감정과 상황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 밖으로 나오면, 그 모든 불만과 고민은 한낱 지나간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동료들은 자신의 삶에 큰 문제라도 된 듯, 그 이야기들을 하고 간다. 나 역시 한때는 그 속에 깊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가 내 삶을 지배하지 않음을 안다. 듣고, 이해하고,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삶을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하고 판단한다. 작은 일에서 큰 일까지, 순간순간의 감정과 반응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정념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제어하는 능력은,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찰이다. 아픔과 병을 겪으며 나는 그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아프기 전에는 사소한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불합리한 상황에 분노하며, 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 에너지를 쓸 곳과 흘려보낼 감정을 분별할 줄 안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 쓸데없는 정념에 휘말리지 않는 시간이 점점 소중해진다. 집이 편안한 공간이 되고, 따뜻한 미소가 흐르는 곳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앞으로도 긴장과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나는 그 과정 속에서도 쉬어갈 공간을 지키고, 정념을 통제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삶의 속도와 조건은 바뀔 수 있지만, 내가 선택하는 태도와 마음의 깊이는 오롯이 내 것이다. 나는 그 깨달음을 안고, 오늘도 누군가에게 편안한 미소를 지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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