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스로 해결할 시간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63. 불행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지혜로운 모습은 아니다.


"불행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지혜로운 모습은 아니다. 불행한 사람을 동정하다가 자기 불행을 자초하지 말라. 사람은 종종 사람들의 호의를 얻는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호의로 그 사람의 불행을 보상하려고 한다. 번영할 때는 모두의 미움을 받다가 역경을 당할 때 모두의 동정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이 쓰던 노트북이 고장 났다. 제대로 충전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서비스센터에 가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아프다는 핑계로 가지 못했다. 보건소에 간다는 큰아이를 따라서 노트북 수리를 하러 갔다. 대학 입학을 하고 군대를 가느라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한동안 업데이트도 못하고, 나는 줌 강의를 들으려고 하다가 제대로 사용을 못하고 있었다.


다시 아이들이 사용하기 전에 수리를 해놓아야겠다. 우선 하나만 가져갔다. 보건소에 아이가 간 사이에 옆 건물 서비스센터에 들어갔다. 출입구 쪽에서 접수를 직원이 도와주었다. 접수되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10분 정도 대기하고 있으니 창구 번호 27번으로 오라고 한다.


배터리를 교체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나왔고, 구입하고 2년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비스 기사는 친절하게 말한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전을 30%로 유지해야 한다고. 그런 말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 아무런 상식 없이 사용해왔다. 119,000원이라고 한다. 배터리 교체를 원하냐는 물음에, 수리하러 왔으니 주문을 했고, 다시 10분 정도 밖에서 대기하라고 한다.


그 사이 큰아이가 보건소 일정을 끝내고 왔다. 수리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시 호출이 왔다. 서비스 완료되었다고 한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해서 아이가 입력했는데 잘 생각이 안 나는 듯했다. 얼굴이 빨개지고 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바탕화면으로 갔다.


서비스 기사는 종료 시 시프트 키를 누른 상태에서 전원을 종료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노트북에 맞는 충전기를 사용해야 하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노트북 기종에 맞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28번 창구에서 구입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아이가 한마디 한다. 노트북이랑 같이 가져다 놓았는데 왜 없냐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하자, 자꾸 사기만 하면 돈만 버리니까 먼저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사면 된다고 한다. 답답함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 내 마음과 아이의 생각이 달랐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 또한 노트북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프로그램을 깔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았다.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이 가능한 듯했다. 문제는 내가 구입했을 때, 기본 프로그램이 없으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는 것이다. 2월에는 구입해야 하는데 노트북에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운전하는 아이는 기분이 안 좋았는지 내 질문에 프로그램 어디서 문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을 한다. 순간 "그래, 알았다." 간절히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는데 대답이 시큰둥하다. "엄마가 알아볼게."라고 말을 했다.


집에 도착하더니 아이는 충전기를 찾아본다. 찾은 충전기로 노트북에 연결해보고, 더 상태가 안 좋았던 동생 것도 만져본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충전기를 제대로 꽂지 않아서 오늘 배터리까지 교체하며 필요 없는 돈을 사용하고 말았다는 것을.


그동안 내가 뭔가 찾아보고 노력하지 않았다. 무조건 고장 났다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받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다시 한번 싫은 소리를 들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는 것도 맞지만, 그 전에 스스로 해결할 시간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자식에게 의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거절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20250817_164506.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된 두 번째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