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못해도 AI에게 일을 잘 시키는 연구자의 비밀

by 심재후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게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학교 일과 연구로 분주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핑계로 조금 게을렀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은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최근 제 연구와 생활 깊숙이 들어온 'AI 도구' 덕분입니다. 사실, 지금 보시는 이 글의 초안 역시 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빈 화면(blank page)을 마주하고 첫 문장을 고민하느라 한참을 보냈을 시간을 AI가 획기적으로 줄여준 셈이죠. 이처럼 AI가 글도 써주고 코딩도 해주는 시대에, 우리 연구자들은 과연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오늘은 제가 AI를 연구 도구로 활용하며 느낀 '새로운 연구 방법론'에 대한 단상을 나누고자 합니다.


AI-era-3R.png AI 시대 연구자에게 필요한 3가지 핵심 역량


문제의 언어와 해결책의 언어

요즘 대학원생들이나 동료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AI가 코딩을 다 해주니 이제 코딩 공부는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제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입니다.

분명 예전처럼 문법 하나하나를 외워서 밑바닥부터 코딩할 필요는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생성된 코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Code Literacy)'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연구자가 직접 코딩을 하지 않더라도,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내 연구 의도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려면 '문제의 언어(Theory)''해결책의 언어(Code)'를 연결하는 '중개 능력(Intermediary Skill)'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능력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 세 가지(The Three R's)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적절성 판단 (Rightness)

AI는 때로 '가장 정확한 모델'보다는 '가장 쉽고 일반적인 코드'를 생성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계 효용 체감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v / (v+k) 라는 수식을 써야 하는데, AI가 문맥을 잘못 짚어 엉뚱한 선형 수식을 가져올 수도 있죠. 이때 연구자가 코드를 읽을 줄 모른다면, AI가 내놓은 결과값이 단순히 데이터 탓인지 로직의 오류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내 이론이 코드에 '적절하게' 반영되었는지 검증하는 것은 결국 연구자의 몫입니다.


2. 리팩토링 및 디버깅 (Refactoring & Debugging)

코드가 작동하지 않을 때, 그 원인은 논리의 결함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사소한 문법이나 데이터 타입의 불일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자가 코드를 읽고 "아, 이건 논리 문제가 아니라 변수의 데이터 타입(Data Type)이 틀렸구나"라고 파악할 수 있다면, AI에게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수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3. 피드백의 질 향상 (Refined Feedback)

AI를 잘 부리는 연구자는 지시(Prompt)부터 다릅니다. 단순히 "코드 고쳐줘"라고 말하는 것과, "이 루프(loop) 부분에 파라미터 k를 넣어서 결과값이 0.5로 수렴하게 수정해 줘"라고 구체적인 숫자와 변수로 지시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코드를 이해해야만 AI에게 정밀한 튜닝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AI의 성능이 최고로 발휘됩니다. 마치 우리가 연구 보조원(Research Assistant)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구체적으로 말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론: 연구자의 새로운 도구 (The New Toolset)

돌이켜 보면, 통계 패키지(SPSS, SAS 등)가 처음 나왔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도구를 잘 쓰는 연구자들이 더 훌륭한 연구 성과를 냈습니다. AI 시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코딩이라는 '기능'은 AI에게 과감히 맡기더라도, 그 속에 담긴 '논리적 엄밀함'을 지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연구자들의 몫입니다. 결국 연구자가 가져야 할 새로운 능력은 "프로그래머의 언어(Code)"를 이해하여 "이론가의 언어(Theory)"로 재해석하는 번역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오랜만에 쓴 이 글이, AI라는 낯선 도구 앞에서 고민하는 동료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AI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계신가요?


(* 연구 방법론이나 AI 활용에 관한 의견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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